김종인·문재인, 개성공단 중단 놓고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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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문재인, 개성공단 중단 놓고 '이견'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2.16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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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야당도 협력 가능"…문 전 대표, "정말 화가 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전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새 지도부를 꾸리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다시금 정치권 전면에 나타났다. 정부여당의 강력한 대북정책에 반발하면서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김대중(DJ) 정권 이래 야당의 상징적 대북정책 기조인 '햇볕정책'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문 전 대표의 행보가 당내 역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5일 칩거 생활을 접고 국회로 복귀했다. 당 대표를 사임하고 경남 양산 자택에 내려간 지 20일 만이다.

문 대표의 행선지는 국방위원회였다. 그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을 놓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정말 화가 난다.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한 조치"라면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더라도 개성공단 폐쇄만큼은 철회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개성공단 설립으로 북한의 남침 주력부대가 후방 배치된 점을 들면서 "공단을 폐쇄하면 안보 위협이 더 커진다는 판단은 못 했느냐"고 거듭 질타에 나섰다.

이에 한 장관이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만약 위협이 커진다고 해도 우리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맞서자, 문 전 대표는 지지 않고 "박근혜 정부는 즉흥적으로 역대 정부가 노력해서 만든 개성공단을 하루 아침에 폐쇄시킨 것"이라면서 "어리석은 국가전략"이라며 비판조를 이어갔다.

이같이 문 전 대표의 단호한 모습은 '대북 신중론'을 펴고 있는 김 위원장의 행보와 비교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우리 군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의 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국방을 튼튼히 유지하고 경제가 더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북한 궤멸론'은 더민주가 주창해 온 대북정책기조와는 상반된 것이라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더민주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 14일 "김 위원장의 '궤멸' 발언은 민주세력의 전통성을 흔드는 것"이라며 "차라리 햇볕정책을 포기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재차 "궤멸론 발언을 취소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민생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미사일이나 핵개발 같은 데 투자하면 소련처럼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박 대통령의 국정연설 전날 국회를 찾아온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중단 배경을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해할 사람도 생길 것"이라면서 "나라 발전을 위해 야당도 협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힘을 실어주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같은 날 비판을 쏟아낸 문 전 대표와 엇박자가 난 셈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복귀가 김 위원장의 '유례없는' 대북기조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더민주 내부에서 그 동안 몸을 낮추고 있던 '민주화'세력이 다시금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총선이 57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문 전 대표가 가까스로 이뤄낸 '야당 혁신'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김 위원장과의 이견차에 대해 "생각이 다 같을 필요는 없다"면서 "다시 양산으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들어오고 당이 안정되고 활력도 많이 생겼다"며 "이번 총선에 이길 것 같지 않느냐"며 새 지도부를 치켜세웠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문 전 대표와 김 위원장 간 갈등구도를 부각시키려고 하는데 흥밋거리는 될 수 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 대표는 이어 "야당 내부에서 상반된 대북기조가 나오는 것은 '무조건 반대'에서 벗어났다는 긍정적 신호"라면서 "북한이 연이어 한반도 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야당의 합리적 판단은 중도성향의 유권자에게도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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