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건설사 '해외수주' 지원…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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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건설사 '해외수주' 지원…기회인가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2.2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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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지난 17일 개최된 '해외건설 중견기업 CEO 간담회'에 경동건설 등 10개사가 참석해 중견기업의 시장개척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 뉴시스

정부가 최근 중소·중견건설사의 해외건설 시장 개척에 대한 지원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으나 성과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조차 몇 년 째 부실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중소·중견건설사 대상 해외 건설 시장개척 지원 잇따라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2016년 해외건설 시장개척 지원사업’의 지원대상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정부는 한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았거나 최근 5년간 수주실적이 4억 달러(약 4726억) 미만인 국가 등에 중소·중견건설사 혹은 엔지니어링 업체가 진출하려 할 때 타당성 조사비나 수주교섭비 등을 지원한다.

지난 1월에도 정부의 지원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4일 ‘2016년도 해외건설 현장훈련(OJT: On the Job Training) 지원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건설업체 신규 채용인력 300명을 해외건설현장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해외에 건설 현장이 있는 건설사가 지원대상이며 심의를 통해 선정된 건설사의 해외파견 인원은 1인당 최대 연 1140만 원을 지원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소·중견건설사의 해외 공사 수행 지원뿐 아니라 현장맞춤형 신규 인력 양성, 고용률 증대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해외건설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정부의 지원을 반기며 보다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해외건설협회는 ‘해외건설 중견기업 CEO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견기업의 해외건설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갑을건설 △경동건설 △남광토건 △벽산파워 △삼환기업 △서용건설 △신동아종합건설 △신한 △윤창기공 △한신공영 등 10개사의 CEO가 참석했다.

국내 건설사도 면치 못하는 해외현장 부실…중소·중견건설사, 헤쳐 나갈까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 건설사들조차 수 년 째 부실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중소·중견건설사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 역할만 수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현장의 잠재 부실 우려는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경우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와 카자흐스탄 발하쉬 발전소 프로젝트의 예상 손실과 우발부채가 각각 8500억 원, 1500억 원씩 실적에 반영된 결과 지난해 34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분양시장 활황에 힘입어 총 9조8775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19% 줄어든 3346억 원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건축사업장에서의 손실이 영업익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GS건설도 지난해 10조573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20억 원으로 경쟁사인 대우건설(3346억 원)이나 대림산업(2656억 원)에 비해 적었다. GS건설 관계자는 "라빅2 프로젝트, 리야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등 해외현장에서의 손실이 반영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울트라건설 인수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호반건설의 경우 M&A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호반건설 측은 토목사업 강화의 차원일 뿐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기술력이 우수한 대형 건설사들조차 해외에서의 손실 때문에 실적이 안 좋게 나오고 있다”며 “리스크가 큰 해외시장에 뛰어들기 보다는 해왔던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도 해외 건설 시장으로의 진출은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해외시장에 중소·중견건설사가 진출해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저유가 기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발주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다른 국가와의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여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2013년 이스라엘에서 9000만 달러 규모의 양수발전소 토목공사를 수주한 바 있는 경동건설은 해외 사업 리스크의 부담을 실제로 겪은 바 있다. 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자 공사를 타절하고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경동건설 관계자는 “중견건설사에게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은 대형 건설사의 보조건설사로서, 혹은 지분참여 정도로만 가능하다”며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경우 중견건설사는 현지 인력과 장비, 자재 등에 대한 관리와 실제 시공을 담당한다”고 전했다. 중견건설사에게 해외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서만이 진출 가능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베트남에서 밤콩 교량접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한신공영의도 해외 진출을 망설이는 모습이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한 베트남 도로 사업 이후 진행하고 있는 해외사업은 없고 기존에 진행하기로 했던 사업들도 하반기로 미뤄둔 상태”라며 “해외 건설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지기 전까지 당분간은 주택사업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별도 지원기금 마련’, ‘보증 지원한도 증액’ 등 중소·중견건설사 지원 보다 확대돼야

이에 해외에 진출하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주교섭비·사업타당성 조사비 외 별도의 지원 기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에 필수적인 보증 발급이 수월치 않아 해외 보증을 담당할 별도의 기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기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해외건설 공동보증제 등 사업성평가를 통한 보증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도입된 해외건설 공동보증제를 통해 2건의 보증발급이 이뤄졌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실적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해외건설 시장이 악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17일 해외건설협회가 개최한 ‘해외건설 중견기업 CEO 간담회’에서 박기풍 협회장과 참석 CEO들은 정부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건의사항을 내놨다.

내용은 △중견기업에 대한 해외건설 시장개척지원 비율 확대 △해외공사 공동보증 지원한도 증액 △해외현장 반출장비의 재도입 △재직자들에 대한 계약관리 역량 배양을 위한 교육과정 강화 등이 그것이다.

수리된 건의사항들이 합리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돼 중소·중견 건설사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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