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農 김상현]김영호, "父, DJ와 정치스타일 달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後農 김상현]김영호, "父, DJ와 정치스타일 달라"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2.23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스케치>"아버지는 감동 중시하며 순발력 발휘…DJ는 기획력 강하고 치밀한 성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지난해 말 '양초의 난'으로 야권이 두 갈래로 찢기면서 탈당 행렬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여론의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정대철 전 상임고문과 정호준 의원의 '父子간 정치적 이별'이었다.

국내 정치권에서 '정치인 가족'은 더는 보기 드문 게 아니다. 이처럼 세대가 연이어 정계에 입문하는 경우, 보통 후대가 선대의 정치적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더민주 김영호 예비후보는 정치인 아버지로부터 '통합의 가치'를 배웠다. 그의 부친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적 동지로 6선을 지낸 '후농(後農)'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이다.

▲ 서대문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영호 예비후보는 'DJ 최측근'인 동시에 대한민국 민주화세력의 거물인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의 아들이기도 하다. ⓒ 시사오늘

김 후보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개조한 시민카페 '길'에서 <시사오늘>을 맞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용 커피머신이 우선 눈에 띄었고 곧 신선한 원두 내음이 퍼졌다.

김 후보는 이날 만남에서 '정치인 아들'로서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아버지의 그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아래는 인터뷰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후농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참 어려웠다. 정치하시느라 얼굴도 잘 못 뵀다. 소위 '가정적이지 않은 분'이었는데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은 집에 아버지 손님이 오셨는데 '아들이 몇 살이냐'고 묻는 거다. 아버지가 '17살인가, 18살인가' 하시길래 내가 '21살입니다'라고 대답하니,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했냐고 놀라시는 거다. 지금은 가정적이 됐지만 예전엔 그 정도였다."

-무심한 편이셨나보다.

"(웃음) 맞다. 내가 정계에 들어와서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는데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창당할 때 거취 관련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지만 '통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건 아버지 정치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후농은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 DJ가 참여하도록 직접 설득해, 정치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인물이다.

후농은 오랜 정치경력을 통해 누구보다도 DJ를 위해 헌신했지만, 민주세력의 연대와 통합의 정신을 놓지 않았다.

민주세력 활성화를 위해 YS와 연대해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을 주도하고, 야권분열을 막기 위해 DJ를 쫓아가지 않고 통일민주당에 남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에  故 김영삼 대통령(YS)는 "그가 김대중과 나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나를 선택했다기보다 야당의 정통성을 깨지 않으려는 정치인으로서의 충정 때문"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김영호 후보는 아버지 후농과 DJ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써 후농과 DJ의 차이점은.

"아버지는 정치란 감동과 반전, 그리고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순발력이 강한 스타일이었다. 반면, DJ는 기획력이 강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그런 아버지 입장에서는 DJ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을 거다."

-DJ가 후농을 정치적으로 견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J가 대통령이 되고서 아버지에게 '이제 우리의 꿈을 이뤘으니 자네의 꿈을 펼치소'라고 말했단다. 그때 아버지 꿈은 당 대표였다. 그런데 당시 당내 중진들을 만난 DJ가 청와대에 있는 과일 그림을 가리키면서 '어이, 후농 조심해. 저기 있는 과일도 빼먹을 사람이야' 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그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후농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냐고 뒤에서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DJ와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나.

"물론이다. DJ는 나를 아들처럼 대했다. 내가 6살 때 아버지는 군부독재정권 아래 감옥에 붙들려 갔는데 DJ가 집에 찾아온 적이 있다. 그날 나를 데리고 갈비집에서 고기를 사주고 호텔에서 아이스크림도 사준 기억이 아직도 난다. 이후에도 DJ는 나를 만날 때마다 '김영호 밥 사줄려면 돈 두둑이 가져와야 한다'며 농을 쳤다. 내가 그 때 갈비를 많이 먹은 것을 그렇게 말하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갔는데 그때도 '아직도 고기 많이 먹냐'고 물어보시더라. 원래 힘든 내색 안하시는 분인데 그땐 투석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도 했다, 가족한테 하는 것처럼." 

▲ 서울 서대문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영호 예비후보는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시민과 소통 활성화를 위해 카페로 개조했다. ⓒ 시사오늘

1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악수를 청하는 김 후보를 향해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고 하자 그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그런가요?"하고 답했다.

그렇게 돌아서는 취재진에 김 후보는 좀전의 대답이 충분치 않았던 듯 큰 목소리로 다시 재치있게 인사를 건넸다.

"청출어람이 되겠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