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삼만리②]건설사, 리스크 불구 ‘해외로 해외로’
[먹거리 삼만리②]건설사, 리스크 불구 ‘해외로 해외로’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2.2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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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 중동’, 새 텃밭 찾아야…제재 풀린 이란서는 ‘특수’ 선점 전초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대우건설이 이달 수주한 인도 갠지스강 교량 조감도 ⓒ 뉴시스

“통일이 돼 북한에서 사업하지 않는 이상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죠.”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어느 정도 몸집이 있는 대형건설사의 경우 그 동안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해외 시장의 리스크가 크고 그로 인한 손실이 수년 동안의 골칫거리라 하더라도 끌어안길 주저하고 국내 시장에만 안주한다면 매출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운 자식’ 해외 건설 사업…그래도 ‘해외로 해외로’

지난해 연결기준 대형 건설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미운 자식’ 역할을 한 것은 전부 해외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해외 사업장의 예상손실과 우발부채 각각 8500억 원, 1500억 원을 실적에 반영하며 영업손실 3450억 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33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동남아시아 건축사업장 등 해외현장의 170억 원 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창사 이래 첫 ‘연 매출 10조 클럽’에 가입한 GS건설도 해외 사업장의 손실 탓에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해외로 해외로’를 외친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신규 수주의 50.5%, 매출의 61.1%를 해외에서 올리고 올해 신규수주계획에서도 해외의 비중을 지난해 대비 65.7% 늘렸다.

GS건설도 올해 신규 해외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70% 확대된 5조830억 원으로 설정했으며 대림산업 역시 지난해(1조7683억 원)의 3배에 가까운 4조8000억 원을 해외 수주를 목표로 내걸었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역시 해외시장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파이만 먹어서는 배를 곯을 수밖에 없는 대형 건설사들은, 나중에 탈이 날지언정 일단은 배를 채우겠다며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 해외건설 7000억 달러 수주 일지 ⓒ 뉴시스

중동 ‘올인’ 벗어나 새로운 텃밭 찾아야

건설사들은 해외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중동 내 과당경쟁 우려와 최근의 저유가 기조로 인해 ‘脫(탈) 중동’ 분위기가 형성돼있지만, 일단은 중동을 중점으로 새로운 텃밭을 찾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9일 ‘유가는 짧고 중동은 길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2366억 달러의 건설 발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석유제품 관련 프로젝트(오일·가스·화학)는 676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14.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GS건설은 앞으로도 중동에서 많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 창립 이래 수주한 528억 달러의 공사 중 플랜트가 422억 달러(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플랜트 공종에 강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중동 외에도 알제리 등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에 적극 참가하며 신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화사업부를 품은 대림산업도 전체 매출 중 플랜트의 비율이 가장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인인 DSA를 기반으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해 다수의 플랜트 사업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사우디 자국민 의무고용을 강화하는 사우디 현지화 정책으로 생산성 하락과 하자 발생 증가 등 홍역을 치룬 이후 탈 중동 움직임을 확대했다. 중동 외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란과 러시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공종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특징이다.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해외 현지의 사정에 크게 좌우되지 않기 위해 건축·토목·플랜트 등 모든 공종에 두루 경쟁력을 갖춰왔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중남미‧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등 신흥시장 개척에 힘쓰는 모습이다. 특히 중남미에서는 2010년 콜롬비아 보고타 지사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영업력을 강화해 왔다. 아프리카와 유럽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토목부문의 사업능력이 두드러진다. 올해 해외에서 벌써 2건의 토목부문 수주 실적을 올렸다. 8200만 달러 규모의 에티오피아의 고속도로 공사와 4억8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 갠지스강 교량공사가 그것이다.

주요 사업장을 살펴보면 대우건설은 전통적인 아프리카 강자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은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 등 각종 공적개발원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 중 30% 이상을 아프리카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아시아·유럽(41%) 등으로도 활발히 진출해 새로운 시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축 분야에 두각을 보여 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칼리파(162층·828m), 말레이시아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히는 페트로나스타워(88층·452m) 등 초고층 빌딩 건축을 통해 수행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업장과 관련해서는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현재진행형’ 사업장에서 두터운 신뢰를 구축해 후속 발주물량을 선점하는 것이 주 전략이라고 삼성물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향후 해외 건설 시장 최대 이슈, ‘이란 시장 개척’

건설사들이 올해 마주한 최대 이슈는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다. 최근 핵협상 타결로 대 이란 경제제재가 풀림에 따라 ‘이란 특수’를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전초전이 뜨겁다.

GS건설은 2014년부터 영업담당 직원을 테헤란 지사로 보냈으며 지난해 핵협상 타결 이후 분위기가 개선되자 지사장도 급파했다.

대림산업도 테헤란 지사에 상주하는 5명의 직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발주처 동향 파악에 나섰다. 이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 중 최다 공사를 수행했고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진행해 이란 정부와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지인 직원 1명으로 사무실만 운영해오다 지난해 12월 지사장을 포함한 국내 직원 2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본사 글로벌마케팅본부 내에도 이란 담당자를 두고 발주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고 현대건설 측은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 2008년 폐쇄했던 이란 테헤란 지사를 다시 세우고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들어갔다. 대우건설은 지난 1984년 이란에서 반다르아바스 철도 공사를 수주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지금까지 이란에 진출·수주실적이 없는 삼성물산도 두바이의 지사를 활용해 이란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제재가 풀린 만큼 새로운 진출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이란특수를 낙관하기엔 제한점이 많다. 이란이 원유생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유가하락세가 심화되면 중동 전체 발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이란과의 무역 거래에서 달러화 거래가 제한돼있다는 것과 정부차원 대 이란 수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건설사들의 입장으로는 이견 없이 환영할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단물 빠진’ 중동 시장에서 탈피해 리스크 큰 신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경험 풍부한 중동에서의 시장을 다시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이 지난해 대비 높게 설정한 신규수주·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말부터 침체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국내 수주·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해외에 대한 기대감은 보다 커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성 평가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인력을 확대하고 조직을 개편하며 경쟁력·내구력을 높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발주 공사를 수주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업을 기획·제안하는 ‘디벨로퍼’로 발전하려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건설사들의 행보가 해외에서 울리는 낭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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