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삼만리④]시장조사·현지화 전략으로 中고객 잡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먹거리 삼만리④]시장조사·현지화 전략으로 中고객 잡다
  • 박수진,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2.29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안지예 기자)

▲ 농심 상해공장 전경 ⓒ농심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1990년대 초반 현지법인을 세운 뒤 10년 넘게 현지 시장을 연구한 끝에 2000년 대 들어 빛을 발휘하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현지화 실패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계의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중국시장 진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 1994년 중국 상해지사 설립하고 1996년 ‘옷을 사랑한다’는 뜻의 ‘이리엔(衣戀)’이란 이름으로 중국에 론칭한 이랜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랜드에 따르면 1997년 중국 진출 당시 연간 25억원에서 고급화 전략에 공을 들이며 2011년 1조6000억원, 2012년 2조 원, 2013년 2조3000원, 2014년 2조5000원, 지난해엔 2조6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는 중국 내 44개 브랜드 7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000만여 명의 VIP 고객과 50여 개의 비즈니스 파트너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시장에서 기존 패션사업과 함게 상해에 팍슨뉴코아몰을 오픈하면서 유통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랜드는 중국 유통사업에서 15조 원의 매출을 올려 오는 2020년 중국에서만 총매출 25조 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오리온
제과 업체 오리온의 중국 성장세가 매섭다. 오리온은 지난해매출액 1조3329억 원, 영업이익 2004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중국 제과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리글리사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오리온 중국법인의 고성장 비결은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메가브랜드’ 제품이다. 지난해 큐티파이(현지명 Q帝派)는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서며 오리온의 중국 내 6번째 메가브랜드가 됐다.

지난해는 초코파이(하오리요우파이), 오!감자(야투도우), 예감(슈위엔), 고래밥(하오뚜어위), 자일리톨껌, 큐티파이 등 6개 메가브랜드 제품으로만 1조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오리온 중국법인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한다.

시장트렌드 변화에 따른 발빠른 제품 출시 전략도 주효했다.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증가한 중국 시장은 쌀과 밀가루를 주원료로 한 제품군에서 감자 중심 스낵으로 변화했다. 이에 오리온은 그동안 쌓아온 감자 스낵 노하우를 바탕으로 허니밀크 맛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스타마케팅도 큰 효과를 거뒀다. 큐티파이는 한류스타 이민호를 모델로 중국 전역에 TV광고 방영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3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오!감자와 초코파이도 각각 가수 김종국, 배우 이광수, 대만배우 임지령을 모델로 기용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 결과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구매 가구 기준 ‘1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억 가구 이상이 구매한 소비재 제조사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올해 오리온은 마켓오, 닥터유 등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중국 내 프리미엄 제과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스윙칩(‘하오요우취’, 好友趣), 초코송이(‘모구리’ 磨高力) 등을 차기 메가브랜드로 육성하고, 화남지방까지 영업망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농심
농심은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타오바오몰)를 비롯한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240% 늘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쌍십일(11월 11일, 광군제)’에는 하루에만 약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지화 마케팅이 중국 공략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신라면 모델 선발대회, 신라면 요리대회를 통해 신(辛) 브랜드를 알리고 끓여먹는 라면문화 전파에 주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개막식을 중서부지역 경제발전의 요충지인 중경에서 개최하는 등 홍보·마케팅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농심은 올해 상해공장을 증설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생산물량을 대폭 늘린 백산수의 판매를 활성화해 중국 시장에서 3억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35% 수준인 신라면의 해외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신라면을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식품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롯데마트, 고전中

반면 이마트는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97년 중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마트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10개 법인과 27개 매장을 냈다. 그러나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적자가 쌓여 2008년 중국시장에서만 196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후 2009년 576억 원, 2010년 800억 원 이상으로 적자 폭이 점차 커졌다.

결국 이마트는 2011년 구조조정을 통해 11개 점포를 정리하고, 법인도 5개로 줄였다. 이후 2012년 613억 원, 2013년 530억 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지만, 2014년에도 5개 점포를 결국 철수했다. 이어 1997년 개점한 중국 1호점마저 올해 폐점한다고 밝혀, 이마트가 결국 중국 사업에서 결국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치양점 폐점 시 중국에는 현재 7개 점포만이 남아있게 된다.

이마트보다 10년 늦게 중국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는 2007년과 2009년 현지 업체인 마크로와 타임스를 인수하며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2013년 이후 매장 효율화 작업 병행 등으로 부실 점포를 정리했지만 2014년에도 1410억 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신흥국 시장 중 경제 성장률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라며 “중국 내 내수 경기의 침체로 인해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등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2013년부터 역신장세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진출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진출해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야 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지 아직 10년도 채 안된 시간으로 현재 시점에서 이들의 성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