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전쟁과 납품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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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전쟁과 납품업체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3.0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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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 유통사의 자존심 경쟁에 새우등 터진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최근 유통가의 빅 이슈는 단연 ‘최저가’ 전쟁이다. 이마트가 불을 지피며 최저가 전쟁은 온·오프라인 전 유통채널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이번 이마트의 최저가 전쟁 선포는 사실상 소셜커머스 쿠팡을 겨냥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쿠팡은 최저가와 ‘로켓 배송’을 무기로 유아용품 판매를 급속히 늘렸다. 그 결과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최저가로 승승장구하던 이마트는 정체를 맞았다. 실제로 지난해 이마트의 기저귀 매출은 전년 대비 26.3%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최저가 전쟁 선포는 쿠팡으로부터 빼앗긴 고객을 끌어들이고,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탈출구를 온라인에서 찾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최저가 전쟁으로 엄한 납품업체들만 잡게 생겼다. 언제 단가 후려치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서 납품 업체들은 노심초사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세일 기간에 대형 유통사 갑질에 납품업체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납품업체 실태에 따르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세일, K-세일데이에 참여한 협력사 115개 사 중 65개 사가 30% 이상 할인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납품업체 65.2%는 자신들의 이윤을 줄여가며 물건을 납품하기까지 했다.

오늘은 ‘삼겹살데이’다. 납품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삼겹살 납품을 강요하지는 않을까 해서다. 유통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다고 해도 제조업체는 부담을 떠 않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유통구조다.

실제 지난해 롯데마트에서 이같은 일이 있다는 주장으로 갑의 횡포 논란이 일었다. 전북의 축산업체 신화 측은 “롯데마트와 3년 동안 거래하는 동안 롯데마트 측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헐값에 고기를 납품할 것을 강요해 100억 원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신화 측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각종 할인행사는 1년 중 185일에 달했다. 이때마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삼겹살을 납품해야만 했다. 롯데마트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의제기를 했고, 이번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유통업체의 저가 경쟁과 삼겹살데이 등 각종 할인행사로 인해 이익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점을 낳는다. 납품업체들이 단가를 맞추기 위해 혹시나 기존 제품보다 낮은 질의 제품을 납품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손해보고 장사하는 경영자는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 개념이라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불문율로 통하고 있다. 최저가 경쟁은 소비자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납품가 후려치기로 인한 갑질은 제조업체,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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