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쭉쭉'…중소 도시락 업체는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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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쭉쭉'…중소 도시락 업체는 '울상'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3.04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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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경쟁력·규모·마케팅으로 시장 잠식 vs. 중소업체, 뾰족한 방법 없이 시장 뺏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GS25·CU·세븐일레븐 등 자본력을 앞세운 편의점 도시락 열풍에 한솥·본도시락·수도시락 등 중소 도시락 전문 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편의점은 가격 경쟁력과 점포 수를 내세우며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지만, 중소 도시락 업체는 편의점으로 빠져나가는 손님을 잡을 뾰족한 수가 없다.

▲ 혜리도시락·김혜자도시락·백종원도시락(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뉴시스

편의점 도시락 매출 폭발적 증가세 

편의점 CU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10년 55.2%, 2011년 42.4%, 2013년 51.8%, 2015년 65.8%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도시락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내외로 알려졌다. 담배가 편의점 매출 비중 40%로 1위 판매 품목을 지키고 있지만 단일 품목으로써는 도시락이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백종원 도시락’이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16만개를 돌파하며 전체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일부터 약 보름간 CU 도시락 매출은 전년에 비해 285%나 뛰었다. 실제로 CU에서 올 들어 지난달 17일까지 담배를 제외한 3000개 상품 중 매출이 가장 많은 품목이 ‘백종원 한판 도시락’이었다. 

김정훈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올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백종원 도시락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CU 전체 도시락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5%나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의 연도별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2년 34.2%, 2013년 58.0%, 2014년 51.0%, 2015년 90.2%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혜리 11찬 도시락’은 세븐일레븐 전체 품목 중 매출 6위를 차지했다. 

GS25도 마찬가지로 도시락이 매출 상위 품목을 차지했다. ‘김혜자 바싹 불고기 도시락’이 판매 3위에 올랐으며 홍석천의 ‘마이홍 치킨 도시락’, ‘김혜자 진수성찬 도시락’이 각각 9위, 10위를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도시락이 잘 팔리면서 매출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 올해도 신메뉴 개발·출시 등 효자상품인 도시락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경쟁으로 편의점 도시락 인기 견인

여기에 매출 고공 행진을 이어가기 위한 편의점업계의 홍보 경쟁도 불붙어 당분간 편의점 도시락 호황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 사는 편의점 열풍을 이어갈 카드로 인기 스타 광고와 신개념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우선 편의점업계는 도시락 모델로 인기 스타를 내세워 인지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S25는 ‘김혜자도시락’, 세븐일레븐은 ‘혜리도시락’, CU는 ‘백종원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스타 마케팅을 촉발시킨 제품은 지난 2010년 출시된 김혜자도시락이다. 당시 GS25가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해 내놓은 이 도시락은 3000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반찬을 담아 ‘혜자스럽다(가성비가 좋다)’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후 지난해 3월 세븐일레븐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먹방(먹는 방송)’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를 도시락 모델로 내세웠다. 특히 ‘혜리11찬도시락’은 4500원에 11가지 반찬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김혜자도시락에 대적할 도시락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CU도 유명인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당시 방송을 통해 주가를 올리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모델로 기용해 백종원 한판 도시락, 매콤불고기정식, 맛있닭가슴살정식을 출시했다. 

더불어 편의점 도시락 배달 서비스도 새로운 마케팅으로 등장했다. CU는 지난해 6월 배달 대행업체 ‘부탁해’와 제휴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부탁해 또는 CU멤버십 어플리케이션(앱)·사이트에 접속해 CU 제품을 1만원 이상 구매하면 약 40분 안에 원하는 장소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0.5배로 늘었다. 

GS25는 지난 2일 전국 점포에서 도시락 예약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GS25 앱 ‘나만의 냉장고’에서 원하는 도시락과 수령 점포, 시간을 지정한 뒤 결제하면 된다. 고객이 앱을 통해 도시락을 예약 주문하면 도시락 공장으로 발주정보가 전송되고, 공장이 예약 주문에 맞게 도시락을 생산해 해당 점포로 배송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중소 도시락 업체, 설 자리 점점 줄어

이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가격경쟁력과 전국적인 유통망으로 인해 기존 중소 도시락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국내 도시락 전문 대표 업체로는 한솥도시락, 본도시락, 오봉도시락, 토마토도시락, 수도시락 등이 있다. 한솥도시락은 전국 가맹점 680여개, 본도시락은 200여개, 오봉도시락은 140여개, 토마토도시락은 130여개, 수도시락은 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점포 수만 놓고 봐도 전국 3만여개에 달하는 편의점에 맞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가격 경쟁 면에서도 밀린다. 

한솥도시락은 단품을 제외하고 가장 저렴한 메뉴는 3000원의 해피박스다. 김치 등 기본 반찬 2종과 돈가스, 돼지고기 탕수육, 계란프라이로 구성됐다. 프리미엄 도시락은 12000원이다. 본도시락의 경우 샐러드와 치킨마요가 들어있는 치킨마요 도시락이 2700원이며 프리미엄 도시락인 명품한정식 도시락은 1만9900원이다. 

수도시락 정식 메뉴 가격은 8800~1만2000원대다. 고급형 도시락은 1만2000원에서 최고 2만5000원이다. 3000~4000원대로 최대 11가지 반찬을 즐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에 비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부천에서 한솥도시락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한솥도시락은 즉석조리라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이 싼데다가 맛도 괜찮아서 손님들이 그 쪽으로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에 8개 지점을 운영 중인 수도시락의 경우 최근 동교점이 내부 사정으로 인해 폐업, 신촌점으로 통합됐다. 지난해 말 프리미어김밥을 표방하는 ‘윤수김밥’ 브랜드를 새로 내놓으면서 도시락 이외 품목으로 사업 방향을 돌렸다. 

수도시락 관계자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워낙 인기가 좋고 도시락 판매 업체나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생겨서 사업을 선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가는 계속 오르고 배달 인건비도 많이 들어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도시락 전문 업체가 편의점 도시락에 대응할 전략은 결국 품질 하나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락 전문 업체의 경우 용기부터 일회용이 아니라 따로 제작한 소형 그릇을 사용할 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며 “편의점 도시락은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제품이지만 도시락 전문 업체는 바로 조리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고 이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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