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에서 사우나까지'…중견 건설사의 '외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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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에서 사우나까지'…중견 건설사의 '외도', 왜?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3.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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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불황 우려 장기적 수입원 확보 차원 사업다각화 vs. 경험없는 '레드오션'서 더 큰 失 우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중견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신규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달 부영그룹이 인수한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 ⓒ 뉴시스

중견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신규 먹거리로 호텔부터 편의점, 상가임대, 사우나까지 진출하고 있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실적악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이 긴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한 종목만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장기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한 신사업으로  호텔과 유통, 상가임대, 사우나 운영 등 사업다각화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성적이 없어 표정이 밝지는 않을 뿐아니라 경험이 수반되지 못한 무리한 사업 확장이 실적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호텔·편의점·상가·사우나까지…'외길' 벗어나 사업다각화

지난 33년간 임대주택 건설·운영이란 외길을 걸어온 부영은 최근 호텔·리조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무주덕유산리조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는 부영은 지난해 7월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 부영호텔&리조트를 개장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문단지 내에 4개의 호텔을 추가로 개장할 계획이며 서울 중구 소공동과 성동구 성수동에도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지방공기업으로 설립된 오투리조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66위인 중견 건설사 요진건설산업도 ‘일산 요진 와이시티’ 복합단지 내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요진건설산업은 현재 용지 매입을 마친 상태로 올 상반기 중 착공할 예정이다. 호텔은 지하 4층~지상 25층, 총 250실 규모로 지어진다.

유통 방면으로도 건설사들의 사업다각화가 진행 중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 분야에서 신뢰를 받아온 서희건설도 지난해 9월부터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다. 개인 운영 편의점을 인수해 유통사업을 시작한 서희건설은 가맹점 수를 96개에서 140개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가맹점주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한 ‘독립형 편의점’이라는 차별화된 요소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수익율에서도 서희그룹이 가지고 있는 휴게소 운영 노하우와 물류 경험을 통해 물류비용을 대폭 낮췄다고 서희건설 측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호반건설은 상가 임대운영 모델을 개발해 ‘아브뉴프랑’을 론칭하고 판교와 광교에서 상가를 운영 중이다. 코오롱글로벌도 건강 보조식품과 화장품 제조·판매업을 신사업 부문으로 추가할 계획이며 신세계건설의 경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공원 같은 '유원(遊園) 시설업'과 고급 사우나업 등을 새 먹거리로 추가했다. 한신공영은 주택임대관리업을 주력 신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본업인 건설에서 벗어나 신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주택사업만으로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그로인한 금융권의 대출심사 강화 등 정부정책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포트폴리오로는 회사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며 “재개발·재건축 뿐 아니라 건설과 무관한 분야로도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수익구조 면에서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없는 '레드오션'서 失이 더 클 수도

그러나 건설사들이 전문적 노하우가 부족한 가운데,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호텔 혹은 편의점 등의 유통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다보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호텔·리조트 사업에 뛰어든 부영의 경우 해당 사업에서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영의 자회사인 무주덕유산 리조트는 2014년 6억5591만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34억9212만 원의 흑자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숙박·관광객 감소가 실적악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리조트·호텔·테마파크 등은 경기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좌우되는 업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리조트 사업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프장을 운영 중인 신세계건설도 지난해 3분기 기준 94억7100만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도 109억6200만 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공중목욕탕과 고급 사우나 사업에 새로 진출한다는 계획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가로막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희건설의 편의점 사업 진출과 관련해서도 기존 편의점을 위협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의견이 편의점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기존 편의점들이 다양한 종류의 PB 제품을 확대하며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로그인 편의점이 그런 체제를 갖추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이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호텔·유통 등 이른바 ‘레드오션’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해당 업종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해 사업 확장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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