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당권경쟁]유승민 컷오프로 최경환 길 터주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막오른 당권경쟁]유승민 컷오프로 최경환 길 터주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09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 차기 당대표 출마 우려…미리부터 싹 자르기 나서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 뉴시스

폭풍전야(暴風前夜)다. 2차 공천 심사 발표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새누리당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살생부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막말 욕설 비난을 한 사실이 공개되자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공천 심사 발표 결과에 따라 자칫 당내 계파 간 내전(內戰)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주목을 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이른바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진 유 의원은 컷오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거물급’으로 분류된다. 이한구 위원장이 “누가 봐도 유승민은 저성과자가 아니다”라며 부인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역풍을 각오하고서라도 유 의원을 ‘찍어낼’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 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꾸준히 40%대를 유지하다가 악재가 있을 때 잠시 30%로 떨어진 후 곧바로 40%대를 회복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며 “유승민을 컷오프해 역풍이 불더라도 지지율은 회복될 것이고, 역풍이 불더라도 어차피 대구에서 야당이 당선되는 그림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친박계 입장에서는 한 번 해볼 만한 도박”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유 의원을 배제하려는 움직임 뒤에는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덧 비박계의 리더 격이 된 유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친박계의 입지 축소는 물론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공포감이 존재한다는 것.

현재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는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다. 하지만 2014년 7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2015년 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의원이 당선됐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당내 역학구도는 결코 비박계에게 불리하지 않다.

더욱이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릴 여름이 오면 박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기는 1년 남짓 남게 된다. 당내에서도 ‘차기 권력’을 물색할 시기다. 대구·경북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 대중적 인지도, 원내대표 시절 구축한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 등 탄탄한 배경을 갖춘 유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결심하면, 최 의원으로는 그의 당권 장악을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친박계가 컷오프를 통해 유 의원의 힘을 빼놓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컷오프에 불복하고 탈당을 선택하든 공천관리위원회의 뜻에 따라 불출마를 결정하든, 일단 유 의원을 낙천시키고 나면 친박계의 차기 당권 장악에 걸림돌은 제거된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선다면 복당 후 당대표 출마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자칫 낙선할 경우 정치 생명 자체에 위협을 받을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하더라도 원외 인사가 세를 규합해 당권 장악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어느 쪽이든 친박계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역풍의 우려에도 유 의원를 컷오프 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8일 “유승민 의원의 이미지나 상징성을 생각하면 컷오프는 선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현실적으로 유승민 의원에게 공천을 안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로 내려가 소위 ‘진박’ 후보들을 지원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생환한다면 유승민 의원은 존재 자체로 친박계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면 과감한 결단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