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긴급진단>콩가루 집안과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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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긴급진단>콩가루 집안과 취중진담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3.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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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김무성보다 국민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정치권이 시끄럽다. 지난 9일 채널A의 보도 때문이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27일 제3자와 했던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방송을 통해 전해진 그의 거침없는 막말은 우리 소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상스러운 표현들이었다.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버려 한 거여.”

새누리당에는 윤상현 의원의 취중 실수로 덮어주자는 친박계와 ‘스스로 은퇴를 하든지 자기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비박계의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 그 중에서는 지금의 주류인 친박계의 목소리가 더 크다.

새누리당이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당기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를 하고, 당헌에 따라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지금은 각 구성원들이 언론플레이 하기에 급급하다. 새누리당에는 계파만 있고, 국민은 없다. 계파는 친박계만 있고, 공천문제로 다급한 후보자들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벙어리 집단이다.

지금의 현실은 신문·방송에서 보도된 것처럼 취중 실언, 단순 설화 시비로 넘길 일이 아니다. 나에게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남을 비판하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세상사의 상식이고 순리다. 그러나 친박이라는 새누리당의 주류는 윤상현 의원의 행동을 취중 실수로 그냥 덮어두고자 한다. 친박은 그동안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로 내걸었다. 그런데 진실한 사람을 취중망언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라고 하지만, 미성년자도 아닌 50대 중반의 국회의원이 미성숙한 행동과 막말, 부적절한 언사를 사용한 것을 단순 실수로 덮어줄 수 있는가. 국회의원은 공·사석을 불문하고 어느 자리에 있든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인이다. 그 자리가 어디건, 사인의 행동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행동을 취중 실수라고 덮어주고 용서한다면, 생활고에 찌들어 홧김에 저지른 소시민의 실수도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사회는 공정해야 하며, 정의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 발언은 그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라고 한 상스러운 표현도 문제지만,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버려 한 거여”라는 말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이 비민주적인 밀실공천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섬뜩함을 금할 수 없다.

취중 실언이건, 취중 진담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통화내용이 어떤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방송사에 전해졌든 간에, 그 내용은 김무성 대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김 대표를 향한 그 언어는 분명 ‘인격살인’이다. 자신이 소속된 당 전당대회에서 직접 뽑힌 당 대표를 향해 ‘죽여버려’라고 욕설과 막말을 한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되고 비정상적인 일이다. 어린 학생들이 듣고 배울까 겁이 날 정도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도 어떻게 새누리당이 민주 정당이라 할 수 있으며, 국민정당이라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선거의 당락을 떠나서, 이런 정치인은 사라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누군가 녹음을 했다.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 그 행위가 잘못됐다고 해서, 윤상현 의원의 잘못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윤 의원이 욕설을 하고 비이성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어떤 녹음도 지금처럼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을 정치 현장에서 보고 싶지 않다. 제발 그렇게 되도록 국민들이 도와주기 바란다. 그가 떠나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정치 발전과 우리 사회의 순화를 위해서다.

지금 이 시간은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실을 찾아가거나 최고위원회에서 구차하게 변명할 시간이 아니고,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초야(정계 은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로 돌아간다고 발표할 때다. 변명은 구차하다. 사과를 할 것이면 사과를 하는 데 국한하고, 그 이유를 달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구차한 미련이나 집착은 남은 삶을 더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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