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대전①]뜨거워지는 달구벌, 승자는?
[달구벌 대전①]뜨거워지는 달구벌, 승자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3.1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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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주목케 하는 두 가지 키워드, 진박과 수성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선거를 앞둔 달구벌에 전운이 감돈다. 지금 대구의 정가는 덥기로 유명한 그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최근 치러진 몇 차례의 선거에서 대구와 경북지역은 PK(부산경남)지역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다.‘어차피 보나마나 새누리당이 이기는 선거’라는 관념이 팽배했다. 그나마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야당의 김부겸 후보가 40%이상을 득표하며 예상 밖의 분투를 펼쳤으나, 거기까지였다. 경선도 그들만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의 시선이 대구에 쏠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진박(眞朴)논란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과연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기존 인사들이 진박 돌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다음으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격돌하는 수성갑구의 선거결과다. 중량급 인사의 충돌에, 김 전 의원의 지난 선전까지 더해 대구 수성갑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영남에서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야당인사라는 김 전 의원의 생환(生還)여부가 포인트다.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물든 대구에 파란 점은 찍힐 수 있을까. <시사오늘>은 달아오르는 대구 현장의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3월 4일부터 6일까지 대구를 찾았다.

▲ ⓒ시사오늘

여당의 도시 수십 년, ‘어당새’ 된 달구벌

대구는 원래 야당의 도시였다. 70대 이상의 노년층은 그 시절을 아직 기억한다. 자유당 정권 때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기붕 전 부통령이 가장 껄끄러워했던 도시로 알려질 정도로 자존심이 센 곳이기도 했다. 대구 서문시장 앞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는 70대의 나 모씨는 “지금이야 여당 텃밭이라고 그러지만, 자유당 시절만 해도 대구하면 야당도시였지”라고 술회했다.

그러던 대구가 여권의 텃밭이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과 궤를 같이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금의 열렬한 지지 이면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향수가 자리한다. 여기에 3당 합당을 통해 여권이 뭉치게 되자 그 이후 대구의 시민들은 지금의 야당에게 의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구중구에 거주한다는 한 60대 시민은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박통 때가 살만했어. 대구는 그 때가 좋았었고.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건 이유가 있어”라고 전했다.

대구의 표심이 이처럼 한 쪽으로 굳어버리면서 선거철 스포트라이트에서도 서서히 멀어졌다. ‘설마’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매번 야심차게 나온 야권 주자가 무너질 때마다 ‘그럼 그렇지’하는 분위기였다. 17대 총선의 강력한 탄핵 역풍도 대구는 비켜갔다. 세간의 유행어를 빌리면 ‘어당새(어차피 당선은 새누리당)’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예선의 열기가 본선보다 더 뜨거워졌다. 경선승리나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구는 그들만의 선거를 치러왔다. 그런데 이번 제20대 총선은 좀 다르다. 언론들이 서울에서도 대구 정가의 동향을 알 수 있을 만큼 앞 다퉈 기사를 내고 있다. 그 배경에 있는 첫 번째 키워드는 ‘진박’이고 두 번째 키워드는 ‘수성갑’이다.

친박의 제국에서 벌어지는 진박 대 비박 혈투

우선 ‘진박(眞朴)’이다. ‘진실한 친박’ 이라는 이 신조어는 새누리당의 당내 계파갈등의 상징이 됐다. 진박을 자임하는 인사들이 등장하며 대구 정치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이번 선거에 앞서 일어난 두 개의 파문을 꼽을 수 있다. 바로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와 최경환 장관의 진박 지원이다.

유 의원은 대구동구을을 지역구로 하는 ‘원조 친박’인사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치열한 사투를 벌이던 한나라당 대선경선 당시, 유 의원은 캠프 메시지팀장을 맡아 친박계 진영의 선봉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잇단 소신발언으로 ‘미스터 쓴소리’라는 이야기를 듣는가 하더니 어느 샌가 ‘짤박(짤린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원내대표직에서 밀려나듯 내려와 친박계의 눈밖에 났음이 증명됐다.

이처럼 '짤박'이 됐지만 유 의원이 대구에서 가지는 상징성과 지지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한 때 유 의원의 지역구에선 ‘배신자 유승민은 사퇴하라’는 현수막과 ‘유승민 의원님 사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하루 간격으로 걸릴 정도로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유 의원은 지역 여론조사결과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친박계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친박계는 소위 진박인사들을 영남 후보로 급파한다. 사실상 ‘모두가 친박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대구 여권이지만, 갑작스런 진박계의 등장에 술렁였다. 여기서 또 하나의 파문이 인다. 친박계의 현 최고 실세이자 핵심인물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이들의 개소식을 돌며 ‘독려순례’에 나선 것이다.

진박 인사로 불리는 6인은 유 의원을 비롯, 다른 현역 의원들이 있는 지역에 출사표를 냈다. 그 중 한 사람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유 의원을 상대하고 있다.

 ‘진박 마케팅’의 역풍이 일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대구에서 ‘박근혜’ 이름 석 자의 파괴력은 간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보고회에 참석하자, 대통령이 이 전 청장을 비롯한 ‘진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대구 서문시장 ⓒ시사오늘

온 나라가 주목하는 핫 매치, 대구수성갑 김문수 vs 김부겸

친박계와 비박계의 힘겨루기가 이번 대구 총선의 여권 내 관전 포인트라면, 야권이 대구에 시선을 모으는 이유는 단 한 곳 때문이다. 바로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갑이다.

‘대권 후보급’ 거물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삼세판을 외치며 TK 야권의 희망이 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얼핏 봐서는 ‘홈 그라운드’에서 붙는데다, ‘체급’에서도 어느 정도 우위를 가진 김 전 지사의 낙승이 예상되는 승부다. 그러나 실상은 김 전 의원이 정당지지율의 몇 배를 상회하는 개인지지도를 선보이며 오히려 앞서있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잘나가던 수도권 3선을 벗고 고향에 내려온 뒤, 연이어 두 차례 낙선한 김 전 의원에게 이미 상당수의 민심이 몰려 있었다.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내려온 김 전 지사에겐 사실상 험지(險地)가 됐다.

그렇게 경북고-서울대 선후배간인 두 사람의 격돌은 이번 총선 최대의 ‘빅 매치’로 떠올랐다. 게다가 패하는 쪽은 정치적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운 진검승부다. 그 결과 대구수성갑은 전국 언론의 한 면을 차지하는 격전지로 부상했고, 지역의 여론변화 추이와 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시선을 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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