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통일지도자' 없이는 통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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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통일지도자' 없이는 통일도 없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3.12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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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정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의 통일해법
"'한반도피스프로세스' 가동, 북미양자회담 이끌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김정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 ⓒ 시사오늘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등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이를 규탄하고 나섰지만 북한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핵무기를 다종화해 실험을 계속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사오늘>은 핵위기 극복·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타개책,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 전망을 묻고자 지난 10일 김정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를 만났다. 주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를 역임한 김 교수는 우리 학계와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중국통으로 동아시아 외교·안보·국방·통일 전문가다.

그는 △美 전술핵 한반도 배치 △북미양자회담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등 '한반도 피스(peace)프로세스'가 가동돼야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통일지도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6자회담은 쇼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북한은 김정일 집권 당시부터 20~30년에 걸쳐 핵을 이용한 간헐적 도발을 준비해 왔다. 그러던 중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완전히 터진 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핵실험을 4차례 걸쳐 실시하고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는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너무 몰아세운 거다. 그게 오늘날까지 왔다."

-미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인가.

"동북아 정세가 파탄 지경에 오게 된 책임을 따지자면 물론 주범은 북한 당사국이다. 북한에게 핵이란 1인 수령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자,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다. 생존을 위해 핵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을 통제불능상태로 몰고 간 종범은 미국, 그리고 중국이다. 미국은 너무 방관했고 중국은 알면서도 눈감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양국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6자회담은 쇼하는 거다. 강대국의 현상유지 방침이다. 어떤 나라도 근본적인 북핵 문제 해결인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평화 유지만을 바랄 뿐이다. 그들은 돈 안 들이고 6자회담이라는 판을 열고 시간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요구를 일정 부분 들어줘야 하는데, 그러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니까. 그러던 사이 북한이 총을 목에 딱 겨누고 있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요구라면.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군사안보적, 그리고 경제적인 희생을 하지 않고 현상유지만을 원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북한은 북미양자회담을 선호한다. △북한 정권 체제 안전 보장 △정전 체제→평화 체제 △북미국교 수립 △대규모 북한 경제 회복 프로젝트 등이 북한의 요구다. 그런데 유럽이나 중동 지역에 비해 이득을 볼 게 없는 한반도에 미국이 돈을 퍼붓겠는가. 현상유지만 하면 되는 걸 왜 생돈을 쓰겠는가. 그래서 북한이 핵 개발을 시도하는 거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란 말인가.

"소형화·경량화된 핵폭탄을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실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북한에게 있다면 미국이 진정성을 갖고 협상하지 않겠는가. 북한은 줄기차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동안 핵 개발을 준비한 것이다. 내 생각에는 짧게는 1년, 길어도 3~4년 안에 미국 본토가 북한의 사정권 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북한이 갑이 되고, 미국은 을이 된다. 영양가 없는 6자회담은 건너뛰고 북미양자회담으로 바로 가서 김정은이 북한 경제를 위한 근본적인 솔루션을 미국으로부터 끌어오는 것이다. 앞으로 북미간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그전에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마 2개월 내에 북한이 국지도발을 할 거다. 어느 정도 규모의 도발이냐가 관건인데 인적이 없는 도서 지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붙이면 김포를 타격할 공산도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남북정책을 보면 그걸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통일대박이라는 경박스런 말을 듣고 웃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결국 북한을 흡수 통일하겠다는 얘기다. 북한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이후 조치들을 보면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드레스덴 선언, 통일준비위 가동, 통일교육협의회 확대…. 전부 단순 제스처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북한과 한 게 뭐가 있는가.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강력하지 않았나.

"선언적, 의례적인 정책만 펼치고 폼만 잡다가 북핵이 터지니까 바로 한방에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막판에 몰려서 동원 가능한 마지막 카드를 다 쓴 셈이다. 앞으로 우리가 쓸 게 없다. 개성공단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카드였는데 바로 써버렸다. 나머지는 다 마이너하고 파급력이 없는 카드다. 물론 일부 극우파들은 열렬히 이를 지지하고 있지만, 개성공단 폐쇄는 더 신중해야 됐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정도 중국이 북한과의 민간무역 창구를 열어놓는 한 효과가 없다."

"'한반도피스프로세스', 통일한국으로 가는 유일한 답"

▲ 김정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 ⓒ 시사오늘

-그렇다면 어떤 조치를 펼쳐야 하는가.

"'한반도피스프로세스'를 실시해야 한다. 1단계 한반도 전술핵 배치, 2단계 북미양자회담 주선, 3단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한반도피스프로세스를 가동해야 우리나라가 통일한국으로 갈 수 있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견인이 있는데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할 리 없다. 결국 한반도 평화의 키는 미국에 있다. 미국의 차기 정권은 동아시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 문제를 해결했으니 동아시아로 포인트를 옮기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민주당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을 들였던 지역이 바로 동아시아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빌 클린턴을 특사로 파견해 북한과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안보 치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내세워 노벨평화상을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북미양자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 그래서 우선 전술핵 국내 배치를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 1975년부터 1991년까지 16년 동안 우리나라에 전술핵 1000기가 있었던 사실을 아는가. 그걸 다시 국내에 배치하자는 것이다. 핵을 핵으로 억제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적 행동을 사전에 막는 거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핵 개발 주장과 유사한 것 아닌가.

"그건 무척 위험하고 무식한 발상이다. 우리가 핵 개발을 직접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단숨에 국제적 맹아가 되고, 한미동맹 역시 깨진다. 더욱이 천하에 압도적인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걸 이용해야지 왜 우리가 돈을 들여서 핵 개발을 해야 하는가. 전술핵 배치를 위한 로비를 펼치는 게 최선이다."

-한반도피스프로세스가 완료되면 통일한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사실 나는 통일은 없다고 봤다. 김정일 사후에 김정은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이른 죽음은 김정은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통일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내부의 남남갈등도 격렬하지 않은가. 하지만 통일한국을 이끌 만한 자질을 갖춘 '통일지도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지도자의 덕목을 소개해 달라.

"일단 국제정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남북문제에 정통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특히 북한의 후견인인 중국에 능통해야 한다. 그러면 통일의 길이 보이는데 한국 파워엘리트 90% 이상, 특히 외교 부문 엘리트들은 너무 미국에 편향된 사고를 한다. 그러니 북한 정권을 읽지 못하고 헤매는 거다.

그리고 통일한국에서는 경제가 중요하다. 얼마나 먹고 살기 고달프겠느냐.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없다. 경제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민해야 한다. 사회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합쳐지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느냐. 백성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험을 한 사람이 적임자다.

-우리나라에 그와 가까운 인물이 있다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다. 김 전 지사는 통일대통령으로 준비된 사람이다. 김 전 지사는 사고가 무척 유연하다는 얘기다. 여권이지만 야권도 설득할 수 있고, 미국을 상대하면서 중국과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심지어 유사시에는 북한 노동당과도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갖췄다. 또한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 경제부통령' 경기지사를 8년이나 했다.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더욱이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민초다. 농촌적인 야성을 가지고 있다. 오랜 재야 생활을 거치면서 위민할 수 있는 정서가 온몸에 퍼져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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