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신규 시내면세점 오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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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빠진 신규 시내면세점 오너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6.03.15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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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명품 브랜드 유치 불투명으로 그랜드 오픈 차질 예상
면세점 신규 진입 장벽 낮춰질 것으로 예상…경쟁력 악화 우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오너들이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때아닌 사면초가에 빠졌다. ‘면세점의 꽃’으로 통하는 5대 명품브랜드(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구찌·프라다) 유치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가 면세점 신규 진입 장벽을 낮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 특허권의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이부진 호텔신라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권희석 SM면세점 회장 ⓒ뉴시스

 5대 명품 브랜드는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선호도가 높아 국내 면세점의 품격과 매출성패를 가르는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새로 특허권을 획득한 신규 사업지인 한화갤러리아63(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HDC신라면세점, SM면세점(하나투어), 두산, 신세계디에프 등은 이들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리 오픈한 한화갤러리아63은 최근 구찌의 입점을 확정했다. 알마니·버버리 시계주얼리 브랜드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내놓을 만한 명품 브랜드가 전무한 상태에서 유커의 선호도가 높은 구찌의 입점은 한화갤러리아63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구찌 외에 내년까지 5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HDC신라면세점도 지난해 12월에 개장해 페라가모·비비안웨스트우드·발리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5대 명품 브랜드 중 한 곳도 유치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장충동 신라면세점에 이미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곳보다 상황이 유리하다는 평이다. 더불어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지난해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과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5대 명품 브랜드의 유치설에 힘을 싣고 있다.

상반기 개장을 앞둔 두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도 5대 명품 브랜드 중 한곳도 입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두산의 경우 박용만 그룹 회장이 직접 루이비통의 입점의향서(MOU)를 확보한 상태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실제 입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유통업 경험이 취약해 MOU만으로 명품 브랜드의 입점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도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문을 연 SM면세점도 역시 5대 명품 브랜드가 하나도 입점하지 못한 상태다. SM면세점은 오는 9월까지 1∼2개 브랜드에 집중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서라도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오픈 일정 조차 확실치 않은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면세제도개선안’에 신규 특허 추가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과열 경쟁으로 면세점 경쟁력이 악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부는 오는 16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기획재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면세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연 뒤 확정한 개선안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발표시점인 7월보다 4개월 가량 앞당긴 것으로 개선안에는 현행 5년인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신규 특허를 추가하는 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면세점 대표들은 정부가 신규 특허를 추가할 경우 집단 행동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장 초기인 신규 면세점들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특허를 내주는 것은 업계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발표 예정인 제도 개선안을 갑자기 앞당겨 특허 만료를 앞둔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를 감안해 특허 추가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지난 14일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 이천우 두산 부사장,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대표 등 5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대표이사들은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면세점 오픈 후 1년 정도는 지켜보고 난 뒤 신규 특허가 검토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모임에 참석한 한 면세점 대표는 “국내 면세산업은 2011년 이후 매년 중국인 관광객이 약 40%씩 증가하면서 한국관광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 중국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방문객 수가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면세점을 늘리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위험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 측은 이와 관련해 “신규 면세점 대부분이 지난해 특허 심사때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신규 특허 추가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도 엄연히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사업분야이며 사업자가 많다고 공멸한다는 주장은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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