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현역의원이라 하더라도 저성과자 또는 비인기자는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장 선임 첫 브리핑에서 내세운 ‘물갈이’ 기준입니다. 의정활동 성과가 미비하거나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이 최우선 컷오프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국회의원으로부터 품위가 의심되는 사람들은 걸러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당 정체성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한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
“편한 지역에서 다선의원으로 혜택을 즐긴 분들은 정밀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 14일, 이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대 물갈이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사람,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람, 텃밭 다선 의원을 추가 기준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추가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이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유 의원은 대구에서만 3선을 한 ‘텃밭 중진 의원’이며, 친박계는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유 의원이 ‘당 정체성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물갈이 기준’을 언급한 것은 유 의원 컷오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유 의원’ 이전에, ‘류 의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보기에 새누리당의 공천은 기준 자체가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자의적으로 설정한 그 기준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 위원장이 거론한 다섯 가지 기준을 종합하면 △저성과자 △비인기자 △국회의원 품위를 저하시킨 자 △당 정체성에 적합하지 않은 자 △텃밭 다선 의원입니다. 하지만 어제 공천에서 탈락한 대구 동구갑 류성걸 의원은 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류 의원은 본회의 출석, 상임위 출석, 법안 대표발의 수, 법안 처리율, 법안 가결률 등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모두 하위권과는 거리가 멉니다. 참여연대, 법률소비자연맹,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다양한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저성과자 명단을 내놨지만 류 의원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비인기자도 아닙니다. 류 의원은 〈KBS〉
국회의원의 품위를 저하시킨 자도,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자도 아닙니다. 류 의원은 4년 내내 별다른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의정 활동을 펼쳐왔고, 해당 행위를 한 적도 없습니다. 또 류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 이 위원장이 말한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다선 의원으로 혜택을 즐긴 사람”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저 유 의원과 가까운 사이일 뿐이지요.
“공관위가 그동안 전략공천, 여론조사를 통한 배제, 우선추천지역 선정 등 현역의원을 인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음모를 집요하게 기도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안 되니까 이유도 설명도 없는 묻지마 낙천을 강행했다.”
오늘 아침 기자회견에서 조해진 의원이 한 말입니다. 저 말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새누리당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