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삼성맨' 대거 포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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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삼성맨' 대거 포진…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3.16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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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포석인가, '더불어 재벌'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치권이 '김종인 체제' 더불어민주당에 '삼성맨(삼성 출신 인사)'이 대거 포진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20대 총선 이후 더민주가 '재벌개혁'의 길로 갈지, 아니면 '더불어 재벌'의 길을 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에 합류한 삼성맨들은 현재 총선 공천, 공약 수립, 대표 보좌, 격전지 출마 등 당의 요직이란 요직을 전부 꿰차고 있다.

'컷오프 칼바람'을 주도하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현 삼성꿈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인사다.

주진형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은 차기 총선 정책 공약을 수립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영입한 주 부단장은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기에 앞서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문재인 전 대표 영입인재 양향자 광주 서구을 예비후보는 삼성전자 상무 출신이다. 양 후보는 야권 심장부에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곽수종 대표 정무특보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냈고, 김현종 인천 계양갑 예비후보 역시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을 역임한 삼성맨이다.

더민주의 삼성맨 대거 포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더민주가 삼성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 대해, 정계에서는 김종인 대표의 '재벌개혁'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더불어 재벌'의 길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재벌개혁' 포석인가, '더불어 재벌'인가

▲ 삼성 CI(위), 더불어민주당(PI) ⓒ 삼성, 더불어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

전자의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와 삼성맨들의 반(反)삼성 기질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나무가 잘 자라면 하늘 끝에도 닿을 것 같지만, 자연의 이치가 그렇지 못하다. 삼성도 그런 이치를 알아야 한다. 삼성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곁에서 반(反)삼성 구호를 외쳤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철학은 아직도 확고해 보인다. 그는 지난달 21일 "경제민주화를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했지만 옛날과 똑같이 대기업 위주로 갔다. 그쪽으로 심화되면 절대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역설했다.

주진형 부단장이 대표이사로 있을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반대보고서를 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주 부단장이 한화그룹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민주 비대위-선대위에서 실세로 평가되고 있는 박영선 비대위원 역시 여의도에서 둘째가면 서러워할 정도로 소문난 '삼성저격수', '재벌저격수'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더민주가 친재벌적 성향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지층 유지를 위해 겉으로만 '재벌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김 대표가 재벌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국회의원을 그동안 계속해 와서 실질적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어떤 법안을 제시했고 어떤 정책을 실천했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종인 체제' 더민주는 지난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원샷법은 주주총회를 이사회로 갈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기업의 소규모 합병 기준과 절차를 완화하는 법안으로, 시민사회는 삼성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해 동법 국회 통과를 반대했다. 당초 더민주는 원샷법을 단독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동법 통과를 거부했으나, 결국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 삼성맨들의 친(親)재벌 기질도 '더불어 재벌'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 따르면, 더민주 김현종 인천 계양갑 예비후보(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는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기업이익을 지키는 게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니까 (김 후보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영선 비대위원 역시 지난해 7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삼성저격수가 삼성챙기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동법은 국내 기업을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대적 M&A(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정계에서는 삼성전자 경영권에 대한 엘리엇(미국계 헤지펀드)의 공세를 차단해 주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와 관련, 더민주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14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은 참여정부 때도 일부 핵심 여권 인사들과 연합해서 신자유주의 기조를 강화시켰다"며 "지금 당내에서도 재벌개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몇몇 있다. '집토끼' 때문에 드러내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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