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년 정치인, 청년 정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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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청년 정치인, 청년 정치를 말하다
  • 박근홍 기자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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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새누리당 정현호 청년혁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서울특별시당 대변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정현호 청년혁신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서울특별시당 대변인 ⓒ 시사오늘

청년들이 아프다. 아무리 노력해도 떨어지지 않는 ‘구직자’ 꼬리표에 아프고, ‘노오력’만 외쳐대는 기성세대의 비공감에 아프다. 살려달라고 절규하는데, ‘정치 놀음’에 귀를 틀어막은 정치권의 무관심에 아프다. 아픈 그들에게 세상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놓는다. 그래서 더 아프다.

지난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거세게 불었던 ‘청년 정치 열풍’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등 ‘청년 정치 바람’을 타고 정계에 입문한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아픔을 해소해 주리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년들은 4년 전과 똑같이 아프다. 기대했던 '청년 정치인들'은 묵묵부답이다. <시사오늘>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근처 카페에서 새누리당 정현호 청년혁신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서울특별시당 대변인을 만나 청년 정치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새누리당 정현호 청년혁신위원장(이하 정) “한양대 학생회장 시절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편입생으로는 처음으로 학생회장에 당선된 거였다. 교우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거기 보답하고자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학교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보다 보니, 과다한 등록금, 주거 현실 같은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학내 활동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학생회장으로서 해내지 못했던 부분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취업을 하느냐 정치를 하느냐 고민하다가, NGO에 뛰어들었다. NGO 활동을 하면서 반값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다 보니 정치권에 들어와서 끝까지 이걸 책임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새누리당의 권유를 받았고, 그렇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서울특별시당 대변인(이하 장) “내 경우에는 힘들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내가 전남 순천 출신인데, 2002년에 대학교를 부산 해양대로 갔다. 아마 그때부터 정치에 조금씩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대선 때라 지역감정이 심각했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술집에서 맞기도 했으니까(웃음). 그러다 집이 부도가 나서 학교를 자퇴했다. 다시 공부하고 싶어서 배를 타고, 막노동도 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2003년에 수능을 쳐서 서울시립대 행정학과를 갔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기회라는 게 내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부터 사회참여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나 역시 총학생회장을 했지만 학생 자치활동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젊은이들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기존 정당 변화를 모색해야 된다는 판단 끝에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 새누리당 정현호 청년혁신위원장 ⓒ 시사오늘

-두 사람 다 기존 정당의 러브콜을 받고 정치권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청년들을 영입해 얼굴마담으로만 활용한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동의한다. 선거 때가 되면 청년들이 각 캠프와 지역에 퍼져나가지만 기회를 얻는 사람은 소수다. 체계적인 육성이 아니라 알아서 배우라는 식이고, 당에서도 살아남은 소수만 챙기니까 버려진다는 느낌을 갖는 쳥년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당 탓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외부영입 청년 인재임에도 정치 전문성이나 콘텐트 부족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청년 정치인들은 정책 역량을 지닌 정치인의 노선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라고 말하는 것보다, 정치인으로서 실력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내에서 성장하고 고생한 사람보다 외부에서 인지도 있는 사람을 영입해 그 사람들 이미지로 정당 지지율을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게 청년 정치를 소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 지망생들의 발걸음을 돌아가게 하고 있는 거다. 내 주변에도 2~3년 당에 있다가 힘들어서 떠난 또래 친구들이 많다. 청년들이 당에 들어와서 바꿀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고, 버티기도 쉽지 않으니까. 나도 2012년 문재인 캠프에 있었는데 대선 끝나고는 학습지 교사도 하고 논술 학원 강의도 했었다.”

-19대 총선에서는 청년 정치인에 대해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청년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박원순 시장이 당선돼 정치권이 청년의 중요성을 인식하던 시기였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던 시기이기도 했다. 나는 청년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일시적으로 나온 파격적인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당에 많은 청년들이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또 한 번 청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요직에 두는 현상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또한 청년 정치인을 대하는 분위기와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징적인 존재였다면, 이제는 정책전문성을 갖고 경쟁하는 시스템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균열에는 지역, 계급, 세대의 3대 균열이 있다. 2012년에는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이 있었다. 그래서 정치적 균열이 계급과 세대 균열에 집중됐다. 국정운영 방향을 진보로 잡느냐 보수로 잡느냐, 기득권 보호냐 약자 보호냐 이런 어젠다들이 있었다. 세대도 2030세대의 투표 참여냐 5060세대의 수성이냐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완전한 지역 균열이다. 야권은 호남민심 잡기에 총력이고, 여권은 TK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몰두하고 있다. 세대 담론이 나올 수 없고, 청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구조다.” 

▲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서울특별시당 대변인 ⓒ 시사오늘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청년을 대표하겠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청년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 두 번째는 시스템 문제다. 우선 시스템적으로 청년 정치인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해진 예산 한도 내에서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로 사라지는 아이디어가 많다. 또한 당 내부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이 열심히 목소리를 내더라도 실현되긴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같은 청년 정치인임에도 청년 사회를 다르게 진단하고 정의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에서는 청년 대부분이 취약계층이니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처럼 경제력 격차에 따라 다르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차이 때문에 목소리가 모아지지 않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혼란이 생기는 것 같다.”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청년 국회의원이 몇 명 나온다고 해서 법안이 나오고 세상이 바뀌고 그런 건 아니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와 절차가 필요한데, 보통 청년 정치인들은 다른 사회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영입된 인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정치에 익숙해지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영입 인재들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과정에 익숙한 청년 정치인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는데, 청년 정치인을 위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나.

“전혀 없다. 활동비도 없고 시스템도 없다. 결국 활동을 잘 해서 외부 단체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후원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지원도 현수막 제작처럼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예산 일부를 지원해 주는 수준이지 인건비는 나오지도 않는다. 생계는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된다.”

“민주당도 전혀 없다. 여성의 경우 여성정치발전기금이라는 게 있어서 당에서 10%를 지원하게 돼 있는데 청년위원회는 아예 없다. 예산을 신청할 수는 있는데, 편성권이 없다 보니 일을 할 때마다 기획서를 써서 총무국에 신청하는 시스템이다.” 

▲ 새누리당 정현호 청년혁신위원장 ⓒ 시사오늘

 -어떤 부분이 지원됐으면 좋겠나.

“활동비 지원이 어느 정도 됐으면 좋겠다. 최소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지원금은 필요하다. 행사든, 세미나든 진행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걸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부 지원금이 있지만 많지 않다. 자립하고 역량을 갖춰서 돈을 받을 명분을 쌓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청년 가산점 20%, 청년 지역 공천 할당, 청년 정치 예산 3% 확보, 청년정책연구소 상근자 확충 등 네 가지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청년들의 의결권 10% 보장이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긴 한데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결정구조에서 청년이 배제돼 있는데 그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애로사항은 뭐가 있나.

“나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서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운과 상황에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인재양성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게 아쉽다. 청년들이 힘을 합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각자 위치에서 각자 싸워나가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일단 사회적 시선 자체가 부정적이다. ‘어린놈이 무슨 정치냐’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당내 분위기도 호의적이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도 크다. 경제적인 지원이 없기 때문에 정치를 하려면 생계유지와 정치를 병행해야 된다.” 

▲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서울특별시당 대변인 ⓒ 시사오늘

-마지막으로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각오를 듣고 싶다.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앞당겨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조금 더 나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 찾고, 관련 정책을 고안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정치활동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될 것 같다. 미래지향적, 정책지향적, 화합지향적인 정치인으로서 한 번 열심히 뛰고, 달리고, 도전하겠다.”

“청년은 시작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학업, 일, 남편, 엄마를 시작하는 존재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재원, 예산, 법,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회다. 다만, 이것들을 바꿔나가기 위해 더 지적하고 알리고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보니 자기 먹고사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 돈, 명예, 권력으로 성공을 판단하는 우리 사회에서 우정, 사랑, 그리움, 친구 등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걸 사람들이 잊지 않게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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