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과 유승민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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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과 유승민의 엇갈린 운명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18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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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챙긴 김무성과 ‘이미지’ 챙긴 유승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 ⓒ 뉴시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김무성 대표)

“그동안 정부나 청와대가 민심을 잘 모르고 있었다. 당도 필요할 때 제 목소리를 내고 이를 견제하지 못했던 책임이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2014년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당선된 김무성 대표와 2015년 2월 원내대표로 뽑힌 유승민 의원은 ‘전우’였다. 청와대 주도로 흘러가던 당청 관계를 수평화 하겠다며 반기를 들고 ‘위험한 동행’을 함께 한 관계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운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지목하면서 엇갈리기 시작했다. 유 의원이 친박계의 집요한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원내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반면, 김 대표는 한 발 물러서서 청와대에 발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8개월 후, 김 대표와 유 의원의 희비가 다시 한 번 교차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가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좌학용 우성태’ 김학용·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김종훈·심윤조·박명재·박민식·김영우 의원 등 ‘김무성계’를 오롯이 챙겨간 것과 달리, 유 의원은 이종훈·이이재·류성걸·권은희·홍지만·김희국·조해진 의원 등 ‘유승민계’의 대거 탈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유 의원 본인의 공천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공천 최대 피해자가 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1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온갖 비아냥을 들어가면서까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인내의 결실을 수확한 것 같다”며 “결국 대선 후보 경선은 당내 세력 싸움인데, 김무성계가 전부 살아있으니 김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부러지되 휘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챙겼지만, 수족이 다 잘려나갔는데 앞으로 힘을 쓸 수 있겠나”라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 과정을 통해 김 대표보다 유 의원이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한 번 주장을 해놓고 30시간을 못 버틴다’는 의미의 ‘30시간의 법칙’이라는 조롱을 받는 등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에 흠집이 났고,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상향식 공천’을 슬그머니 내려놓으면서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

반대로 유 의원은 친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얻은 ‘원칙 앞에서는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강력한 대권 주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14~15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7일 발표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전달에 비해 2.2%포인트 상승한 18.7%의 지지율을 얻어 19.3%를 얻은 김 대표에 불과 0.6%포인트 뒤진 2위에 올랐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세력’을 잃은 대신 ‘이미지’를 얻은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력한 후보에게는 사람이 따르기 마련이다. 유 의원이 계속 유력 대권 후보로 성장해나간다면 김 대표를 믿지 못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물론 박 대통령 이후를 준비하는 친박계 의원들도 유 의원에게 힘을 보탤 것”이라며 “지금까지 쌓아놓은 이미지 덕분에 유 의원은 무당층과 야권 지지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표 확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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