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다른 길]“정치는 '각자도생'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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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다른 길]“정치는 '각자도생'이어라”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18 16: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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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유성엽-유재길, 日 하토야마 유키오-구니오 형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형제는 '평생의 친구'라는 말이 있다. 한 부모 아래 태어나 유년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비슷하다. 며칠 전 알파고와 대국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이세돌 9단의 가족 역시 바둑을 좋아하는 가풍에 따라 형은 프로 바둑기사로, 누나는 바둑잡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평생의 친구 사이에도 꺼내지 말아야 하는 주제가 있다고 한다. 바로 정치와 종교다. 닮은 얼굴에 취미와 특기는 비슷할지언정 신념은 공유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정반대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정치인 형제'가 있다. 바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과 새누리당 유재길 예비후보다.

▲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새누리당 유재길 예비후보 형제 ⓒ 뉴시스

이들 형제에 관심이 쏟아진 것은 총선을 앞두고 동생 유재길 후보가 서울 은평을에 공천을 받으면서다. 은평을은 친이계 좌장인 5선 중진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다. 그런데 정치신인 유 후보가 25년여 간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이 의원을 제치고 단수공천이 확정되면서 정계에 파장이 일었다.

은평구는 야성(野性)이 강한 곳으로 "이 의원의 개인기가 아니면 은평을은 야권에 넘어갈 것"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공공연히 나돌았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 후보군이 쟁쟁해 새누리당이 꺼낸 '유재길 카드'에 시선이 쏠렸다. 그가 유성엽 의원의 친동생이라는 것도 최근에야 밝혀진 내용이다.

형 유성엽 의원은 서울대학교 외교학을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전라북도청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난 2002년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전북 정읍시 시장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이후 18대, 19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 국회에 입성했고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에 입당, 전북도당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지난해 당무검사를 두고 중앙당과 갈등을 빚다가 안철수 대표를 따라 탈당, 국민의당 창당에 일조했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전북 정읍 고창 선거구에 단수공천을 받은 상태다.

정치의 '정석'을 밟은 형과 달리, 유재길 후보는 전북대 의과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민족해방(NL)계열 운동권에 투신했다. 그는 두 번 유급을 받고 정치외교학으로 전공을 바꿔 학과 공부를 마무리 지었다. 

유 후보의 특이이력 중 하나는 1990년대 말까지 북한 김일성 주체사상의 신봉자로 활약했다가 2000년 중반 전향한 '뉴라이트'라는 점이다. 그는 전향서를 쓴 뒤 중국으로 건너가 13년 간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12년 중국 다롄시에서 '강철서신' 김영환 씨와 탈북자 구호운동을 벌이다 중국 정부로부터 억류돼 114일간 구금 당하고 다시 추방돼 국제적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은 동생에 대해 "운동권에 들어간 것도, 중국에 간 것도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며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고 지원하는 일을 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밝혔다.

유 후보가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도 통일로 때문이다. 그는 공식 블로그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북한의 자유화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실천했던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유성엽-유재길 형제가 정치적 '우애'를 보인 적도 있었다.
 
유 후보는 지난 2006년에 형 유성엽 의원의 지방선거 운동을 도왔다. 그가 80년대 후반 전북지역 학생 운동권에서 손꼽히는 이론가였던 덕분에, 도내 곳곳의 386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선거 당시 유 후보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로 소개됐지만, 그의 저서 <대륙에서 북녙을 품다>를 살펴보면 PC방, 음식점 등 사업활동은 북한 인권운동의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민의당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든 유성엽 의원은 동생의 정계입문에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17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정치하는 것 자체도 못하게 했고, 새누리당에 가는 것은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는데 결국은 이렇게 됐다"면서 "다 컸는데 자기 판단으로 가는 것 아니겠나. 인생살이가 복잡하다"고 밝혔다.

▲ 일본 하토야마 전 총리 ⓒ 뉴시스

국내에 유성엽-유재길 형제가 있다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는 '하토야마(鳩山) 형제'가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첫 민주당(현 민진당) 출신 국무총리를 선출된 바 있다. 이는 54년 만에 자민당을 누르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으로 일본 정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사실 그는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서울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관해 사죄했으며,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해 국내 언론에서도 조명된 바 있다.

진보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유명한 정치가 집안 출신이다. 조부, 아버지, 형제로 이어지는 정치의 맥은 자민당에서 출발했다.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는 자민당을 창당한 장본인으로 세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친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 중의원 역시 자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1996년 함께 탈당해 민주당을 창당했다. 할아버지가 일궈낸 보수연합에 맞선 셈이다.  

그러나 형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동생 구니오 중의원이 민주당의 좌편향에 반발 자민당에 복귀하면서다. 그는 자민당 소속 아소 다로 정권에서 경질된 상황에서도 "민주당인 형과 손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하토야마 전 총리가 정권에 오르면서 구니오 중의원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모친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그는 "일국의 지도자에게는 한 층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비겁해서는 안된다"면서 형의 사임을 요구했다.

또 "나는 대쪽같은 성격이지만 형은 아메바여서 이리저리 변신하면서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하토야마 총리의 자존심을 후벼파기도 했다.

그러나 하토야마 전 총리가 1년여 간 짧은 총리직을 마치고 내려오자 구니오 중의원은 신당을 만들겠다고 뛰쳐나오기도 했지만 동조하는 의원들이 없었던 탓에, 다시 자민당에 복당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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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 2016-03-19 09:37:36
유재길 후보와 관련해 여러 악의적인, 사실관계 확인하지 않은 기사가 많아 눈살이 찌뿌려지던 차였습니다. 반면 이 기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정확한 뜻은 잘 모르는 용어도 매우 정확한 의미로 쓰셨고 사견하나 섞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