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친이계]이재오 낙천은 ‘소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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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친이계]이재오 낙천은 ‘소멸’ 의미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3.2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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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서 사실상 전멸…핵심인사들 ´각자의 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2014년 측근들과 송년만찬을 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오 의원 ⓒ뉴시스

한 때 정계를 주름잡던 친이계가 사실상 와해되는 모양새다. 오는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공천과 경선서 사실상 전멸을 당했다.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핵심인사들은 각자의 길에 나섰다. 이제 ‘비박계’는 있어도 ‘친이계’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친이계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권 내 인사들을 일컫는 말로 친(親)이(李)명박 계의 줄임말이다. 이전까지 굵직한 정치집단에 ‘상도동계’, ‘동교동계’ 등 지역 이름이 붙어있던 것과 달리 보다 노골적으로 그 성향을 드러냈다.

기업인 출신으로 민주자유당에 입당, 14대 총선 전국구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MB는 당내 지분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15대 때 국회에 입성한 이재오 의원과 재회한다. (두 사람은 지난 1964년 6·3 항쟁에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과 중앙대구국투쟁위원장으로 알게 된 바 있다.) 그 때 이재오는 초선모임인 ‘시월회’를 결성, 정풍운동(당 쇄신운동의 일종)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 시월회는 한참 후가 지나 친이계의 초석이 됐다.

이 시월회는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에 합류하는데, 이 정발협은 1997년 대선 신한국당 당내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반(反) 이회창 전선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었다. 민주계의 최대세력인 최형우 계와 김덕룡(DR) 계가 손잡으며 몸집을 불렸으나, 갑자기 최형우가 뇌일혈로 쓰러지고 결국 내부분열이 일며 활동이 중단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재오는 15대 국회에 자신처럼 ‘YS 키즈’로 들어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을 만나며 정치적인 입지를 만들었다.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당명이 변한 16대 국회 들어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정병국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이 ‘미래연대’라는 모임을 만든다. MB와 이재오는 이 소장파 모임에 주목했다. 이 소장파 모임은 17대 국회에선 수요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맥을 이어갔지만 대선에서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MB는 소장파의 상대적으로 젊고, 정치적으로 파벌이 없는 인재들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모으게 된다. 이회창이 영입한 나경원 의원 등도 이 때 친이계에 합류한다.

어느 새 ‘친이계’라는 명칭이 붙으며 당내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된 이들은, 2008년 서청원 의원 등이 이끄는 친박계와 일전을 치른다. 결국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고 MB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며 친이계는 전성기를 맞았다. 대선 이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는 ‘공천 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친박계를 축출했고, 추가로 새로운 친이계 인사들을 당선시킨다.(혹은 당선 후 친이계 인사로 영입한다.) 그러면서 ‘함께 내일로’라는 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맥을 이어가려 한다.

그러나 친박계가 주도권을 틀어쥔 19대 총선에서 친이계는 역으로 공천 불이익을 받으며 와해 조짐을 보인다. 오히려 친박계 출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상, 비박계란 이름이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재오는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했고, 원희룡과 홍준표, 남경필 등 핵심인사들은 지자체장이 되며 각자의 정치를 시작했다. '함께 내일로'는 유명무실한 모임이 됐다. 이따금 MB가 친이계 인사들을 초청해 간단한 모임을 갖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리고 흩어진 친이계는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 결정타를 맞는다.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며 사실상 그 최후를 앞두고 있다는 평이다. 그 외의 친이계도 대부분 칼바람을 맞았다.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낙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으며, ‘MB의 입’이라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문헌 의원, 권오을 전 의원, 강승규 전 의원 등이 고배를 마셨다. 몇몇 친이계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하거나 친박계 혹은 친 김무성계로 편입됐다. 그 중 친이계 주호영 의원은 현재 친박계로 분류됨에도 공천서 배제됐다.

이재오 의원은 이를 ‘공천 학살’로 규정하면서 17일 MB를 찾아 대책을 논의했다. 전날인 16일 MB는 “(당내 공천 결과에 대해)언급하고 싶지도 않다”며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계 사정에 밝은 한 정치학 교수는 지난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친이계는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며 “애초에 정치적 뿌리가 다른 다양한 인재를 한데 끌어모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집단이라, 주도권을 놓치자 붕괴가 그만큼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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