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스마트 건설'…국내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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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스마트 건설'…국내 현실은?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3.20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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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일본은 시장화 vs 국내 건설사 경영진들은 투자없이 말만 앞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일본 건설중장비업체 '코마츠(KOMATSU)'의 '스마트 건설' 광고영상 캡쳐 이미지

건설업계에서 ‘스마트’가 떠오르고 있다. 건설기계가 무인화 되고 드론을 이용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3D설계안을 완성하거나 인공지능(AI) 컴퓨터로 SOC사업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사업 전반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AI 등과의 융·복합이 이 시도되고 있다.

건축물의 디자인 홍보 수단으로 VR(가상현실)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적어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에 의해 시장을 잠식당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먹구구’ 건설업계?…‘스마트 건설’ 선점 뺏긴 국내 기업

‘제로(zero)에너지 빌딩’, ‘스마트 홈’ 등 건설업에 첨단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전부터 있어왔으나 ‘스마트 건설’ 이란 개념은 아직은 생소해 보인다. 시공의 결과물이 스마트해진 것은 TV 광고나 아파트 견본주택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공 과정은 스마트 해졌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주먹구구’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건설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해 스마트 건설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업체가 있었다. 일본의 건설중장비 업체 코마츠(KOMATSU)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개한 3분30초짜리 광고영상 통해 스마트 건설 개념을 시장에 선보였다.

영상에서는 한 기술자가 태블릿에서의 터치 한번으로 드론을 통해 정확한 지형분석을 진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설계도를 작성한다. 건설 계획에 대한 사전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회사가 도입한 프로그램은 건설장비별 작업 가능치를 계산해 공기와 가격이 다른 여러 안을 마련해 사용자에게 제시하기도 한다.

▲ 일본 건설중장비업체 '코마츠(KOMATSU)'의 '스마트 건설' 광고영상 캡쳐 이미지

실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정보가 설계도와 연동돼 장비에 입력되고, 장비는 기술자의 정확한 시공을 유도한다. ICT를 현장에 도입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현장과 관리실이 실시간 소통해 변경된 설계를 장비에 동기화한다. 이에 따라 숙련되지 않은 기술자도 장비운용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 일본 건설중장비업체 '코마츠(KOMATSU)'의 '스마트 건설' 광고영상 캡쳐 이미지

관리자 입장에서는 매일 진행되는 공사현황을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다. 공사기간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준공 보고서와 향후 유지·관리 계획으로 요약돼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이 영상을 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영상과 같은 스마트 건설이 보다 발전돼 업계에서 상용화되면 현재의 시공 단계 중 최소한만 남기고 전부 무인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건설현장도 기술발전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마츠가 영상에서 홍보한 ‘시공의 스마트화(化)’를 비롯해, 최근 건설업 전반에서 다양한 스마트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최전선에는 이미 ICT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IT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가 자체적인 ICT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으면 단순하도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건설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인 한미글로벌의 박상혁 소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이 직접 IT화에 뛰어들어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을 발견해야 하는데 무조건 외주를 주니 건설사 내에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있는 IT 기업이 건설관련 업무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거고 건설사는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마트 시티’가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시티는 ICT를 이용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 거주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속가능한 미래형 도시를 일컫는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에너지 △교통 △환경 △상하수도 △행정 △의료 △교육 등 도시 주요 부문의 기반시설·서비스가 사물인터넷 등의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스마트시티 플랫폼에 정보를 전송하고, 플랫폼은 다시 가공된 정보를 필요한 기관이나 시민에게 제공한다.

시장조사 전문 글로벌 기업 ‘마켓츠앤드마켓츠’는 전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이 2014년 4113억 달러 규모에서 2019년 1조1348억 달러(한화 약 1320조 원)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팽창하는 스마트 시티 시장은 구글과 IB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는 모습이다. △시스코 △테슬라 △필립스 △지멘스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스마트시티 등 미래도시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아우디도 스마트시티 등 미래도시 연구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반면 국내 기업 중에는 미래도시를 연구하는 전담부서나 팀이 없는 실정이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해외 도시를 상대로 컨설팅해주는 기업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과거 일부 국회의원과 서울시가 스마트시티를 구축해 도시개발모델을 수출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박상혁 한미글로벌 소장도 “사실 많은 건설사 경영진들이 ICT 융복합을 말하면서도 투자는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건설의 ICT 융복합화를 가로막는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경험산업인 건설업계의 경험이 데이터로 전환되는 순간 비로소 혁신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ICT·AI 융복합 박차…알파고에 도입된 ‘딥러닝으로 교통수요 예측

다행히 건설업계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인식이 최근 확산되면서 건설사업과 ICT·AI 등 기술과의 융·복합 시도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에서 SOC 교통수요 예측을 AI로 대체하는 실험이 추진돼 눈길을 끈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 17일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대중교통의 정류장 간 수요예측’ 기법을 개발해 자체 실험을 통해 50%의 정확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딥러닝은 AI가 마치 사람의 두뇌처럼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패턴을 찾아내 인지하고 추론·판단하는 인공신경망 기술을 뜻한다. 최근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에 적용된 기술이다.

철도연에 따르면 이번 실험을 위해 교통카드 자료를 분석해 △배차간격 △환승 가능 노선수 △인근 도시철도 노선수 △정류장 간 거리 △정류장 주변 용도별 건물연면적 자료 등 총 150여개의 입력 변수를 구성했다. 약 45만여 개의 정류장 간 통행량도 자료로 확보했으며 이 중 5000여개는 AI의 학습 후 예측을 위해 활용했다.

이 연구로 교통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면 수요예측 오차로 인한 잘못된 대중교통 사업의 시행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도시철도, 버스 등 돌아가는 굴곡 노선을 바로잡아 대중교통 통행시간을 줄일 수 있고 차내 혼잡도 등도 개선할 수 있다. 기존 내비게이션의 통행 시간 예측도 더 정확해질 전망이다.

철도연 관계자는 “실험결과 정류장 간 실제 통행량의 50%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해 AI 수요예측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정확도가 90%에 이르면 효율적인 대중교통 운영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시간과 구간을 이동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류·예측할 수 있게 되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부가가치산업 창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스마트 시티 사업도 추진에 박차가 가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18일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 R&D를 전담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개발한 진흥원의 스마트도시 노하우를 대구시에 조성될 스마트도시에 제공함으로써 △신규 사업 발굴 △실증단지 조성 △시민 대상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을 공동으로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김병수 진흥원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가 새로운 도시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지속 가능한 스마트도시를 대구시에 조성해 국내외의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취지를 밝혔다.

“안전, 공사방식, 공기, 비용 그 모든 것이 바뀝니다. 코마츠는 미래를 현실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스마트 건설이라고 부릅니다.”

앞서 소개한 코마츠 광고 영상의 마지막 문구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건설업계의 패러다임은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한 발 늦었다고 평가되는 국내 건설업계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지, 스마트 건설에서도 ‘건설 한류’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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