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셀프 공천'…'재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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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과 '셀프 공천'…'재 뿌리기'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20 17: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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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장은 '진정성' 잃고 지지층은 '신뢰' 잃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실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 뉴시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안정권인 2번이다. 이는 더민주의 '다 된' 개혁 행보에 '재'를 뿌리는 셈이 됐다. 

여당이 '진박(眞朴)의 칼춤'으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더민주는 '친노(親盧) 배제'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단계였다.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로 인한 당내 갈등은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전략공천으로 가까스로 봉합됐다. 

또 칼춤의 피해자인 새누리당 진영 의원의 이적 소식이 이날 오전 전해졌을 때만 해도 김 대표의 적극적인 외연 확대가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국민의당 역시 영입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지라, 더민주가 '중도 노선'을 선점한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제1야당의 정상화에 초를 친 건 김 대표 본인이었다.

사실 김 대표의 비례대표설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욕심 추호도 없다(지난달 28일)" "현재 107석을 지키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지난 16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번 결정은 이때까지 자세와 전면배치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은 '신의 악수(惡手)'다.

이를 계기로 김 대표는 당의 공동목표인 '총선 승리'가 아닌 '개인 정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타격은 크다. 수장의 우(右)클릭에도 묵묵히 지켜보던 집토끼가 분열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김 대표의 영입은 더민주 지지층에 있어 의아스러운 것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보위에 참여하는 등 기득권의 중심에서 일생을 보낸 이가 민주화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는 당을 이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김 대표의 행보는 야권 지지층에 매우 낯선 것이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상징인 '햇볕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주장했고,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지층이 침묵을 택한 것은,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문제라고 지적돼 왔지만 차마 손댈 수 없던 '아킬레스건'을 과감하게 건드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 도발로 보수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햇볕정책은 더민주를 찍기 싫은 주요 이유였다. 강성 노조는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역부족이었고, 비정규직을 제외한 '귀족 노조'라는 비아냥이 만연했다. 이에 대한 김 대표의 냉철한 지적은 현재 야권의 사회적 괴리를 줄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가 놓친 것은 지지층의 거부감은 여전했지만 공공의 목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협조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또 총선까지라는 제약적 기간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임시적 조치로 생각하면 받아들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셀프 공천으로 두 가지 명분 모두 사라졌다. 

비례대표 안정권에 본인의 이름을 올린 것은 김 대표의 개인적인 욕심이 반영된 것이다.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당에 남겠다는 의사다. 이번 총선에서 현재 107석을 지키지 못하면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던 책임감이 며칠 만에 뒤집힌 것이다.

김 대표는 진정성을 잃었고 지지층은 신뢰를 잃었다.

그가 최근 과감하게 추진한 컷오프 역시 중립적이었는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이해찬 의원의 공천배제 결정에 대해 친노 인사인 점을 고려해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서 "원로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12살이나 연로한 자신의 자리는 챙긴 것이다. 더민주의 정치적 결을 따지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다.

또 비례대표는 정치 소수자와 전문가 집단의 국회 진출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정착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대표의 이번 결정은 악수 중의 악수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의 배려를 받을 만한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비례대표 후보자를 확정하는 더민주 중앙위원회가 위원들의 항의 속에서 파행됐다. 김 대표는 비례2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김 대표는 그간 야권의 구조적 문제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개조해 왔다. 이제는 본인의 위치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총선이 고작 24일 남았다. 선거를 이끄는 수장의 의원직 챙기기는 대체 어떤 수(手)인가.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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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훅~~ 2016-03-21 06:26:08
믿을 사람 없다. 늙으나 젊으나 욕심들은 똥창까지 차가지고들... 허허
그동안 점수 딴거 한순간에 훅 날라가네

동네사람 2016-03-20 19:56:57
지 의원직을 챙길수도 있지 근데 2번 여자빼면 1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얼굴이 대체 어느정도 두꺼우면 그럴 수 있나? 김종인 여당이 보낸 쁘락치가 아닌지 살펴봐라. 이렇게 선거는 또 새누리당이 날로 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