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사전에 책임이란 단어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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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사전에 책임이란 단어는 없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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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승민 논란, 확실히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세 보여주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영화 〈스파이더맨〉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피터 파커가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 거미에게 물려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피터 파커는 갑자기 생긴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악용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자신을 키워준 숙부 벤 파커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맙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벤 파커는 마지막으로 피터 파커에게 한 마디를 남깁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란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한 달 동안 새누리당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수많은 현역 의원들을 낙천시켰고, 당대표를 불러 공천 적격 여부를 심사했으며, 심지어 공천이 당헌·당규에 따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당대표를 향해 “바보 같은 소리”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지요.

유승민 의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4일 느닷없이 ‘국회의원 품위를 손상시킨 자’,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자’, ‘텃밭 다선 의원’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유 의원을 조준했습니다. 직접 유 의원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이 기준이 겨냥하는 사람이 유 의원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23일 오후까지도 유 의원의 컷오프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 의원을 컷오프 할 경우 생길 역풍을 우려,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4일까지 최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24일부터는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하므로 유 의원이 먼저 자진 탈당이라는 카드를 던지지 않겠냐는 것이지요.

저는 이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공천 기준을 세울 정도로 큰 힘을 가졌습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을 컷오프하기로 결정했지요. 그렇다면 그 책임 또한 지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입니다.

유 의원을 컷오프하기로 결정했다면, 과감하게 발표하고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면 됩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면 됩니다. 이 과정이 끝나야 이 위원장이 그동안 가졌던 ‘힘’에 대해 스스로 책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역풍이 무서워 유야무야 발표를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그동안 이 위원장이 휘두른 권력의 정당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권력과 책임은 한 쌍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쪽이 무너진다면, 다른 한 쪽도 필연적으로 붕괴되기 마련입니다.

공천이든 낙천이든, 저는 이 위원장이 결정과 책임을 미루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정치 개혁은 인위적 물갈이가 아니라, 책임 정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휘두른 큰 힘에 대한 큰 책임을 완수하는 이 위원장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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