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11시,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발표한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서울 모처의 감자탕집에서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누리당 박종희 사무부총장은 SNS에 현장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심야 최고회의에서 격론과 고성이 오갔지만 격의 없이 화해하고 총선 승리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고 소주잔을 주고받았다. 새누리당의 정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설명이 붙었다.
하루 뒤인 24일 오후 2시 30분. 김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을, 달성군 등 5곳에 대한 공관위 결정에 대해서 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불과 15시간 전 원 원내대표, 서 최고위원 등 친박계 지도부와 술잔을 나누던 사진과는 180도 달라진, 결의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친박계가 김 대표의 ‘허허실실’ 작전에 한 방 먹은 셈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이러한 전략은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인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극적인 승부 끝에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를 꺾었던 37년 전 신민당 전당대회를 떠올리게 한다.
1979년 신민당 전당대회는 YS와 이철승의 2파전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민주화 투사’였던 YS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와 신도환 전 의원으로 하여금 이철승을 지지하도록 했다. 이기택이 알 듯 모를 듯한 태도로 일관하자, 청와대는 이기택의 매형 쪽에서 운영하는 ‘태광’ 장부를 압수하는 등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접어든 결선 투표, 이기택은 YS의 면담 신청을 거부하고 이철승과 면담을 가졌다. 누가 봐도 이기택의 마음이 이철승 쪽으로 넘어간 것 같았다. 그러나 대회장 입구에서 YS와 마주친 이기택은 ‘한 번만 도와 달라’는 YS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YS와 이기택은 손을 잡고 대회장으로 들어간 뒤 연단 위에서 맞잡은 손을 치켜들었다.
“김영삼 378표, 이철승 367표.”
이기택의 전략으로 박정희 정권은 YS의 총재 당선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이를 계기로 조금씩 쇠퇴하기 시작했다. 37년 전 ‘그 전략’을 재현하며 친박계와 전면전에 들어간 김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상도동계 한 원로 정치인은 24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오늘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을 보니 1979년 신민당 전당대회가 떠올랐다”며 “37년전 이기택이 이철승을 지지하는 척 하다가 막판에 돌아섰던 모습이 재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