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총선진단>김무성의 승부수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재한의 총선진단>김무성의 승부수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3.25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대표와 대통령 구분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4일 여의도 당사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어떤 비난과 비판의 무거운 짐도 감수하겠다”면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단수·우선추천지 선정에 대해 직인 찍기를 거부하고,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5일, 김무성은 최고위를 열고 유승민 의원이 낙천해 무소속 출마한 대구 동을, 이재오 의원이 낙천해 무소속 출마한 서울 은평을, 그리고 서울 송파을에 대해서는 의결을 보류하고, 대구 동갑 정종섭, 달성 추경호, 수성을 이인선 후보의 공천을 추인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공천 거부’라는 김무성의 승부수는 타이밍 상 절묘했다. 친박 세력과 이한구가 선택한 공천자들이 선거법상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못하게 된 시기를 적절하게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무성은 왜 이렇게 했을까? 이미 식물대표가 돼 당내 기강은 물론 자신의 리더십이 조롱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 낙천자를 위해 결단한 것일까? 그런 것보다는 다른 공천대상자들보다 여론 지지를 덜 받고 있는 경쟁력 없는 후보자들을 친박 세력이라는 이유로 공천한 비민주적인 절차에 저항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김무성의 지금의 행보는 당내 공천 과정의 잘잘못에 대한 지적에 국한해야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사실적으로 불가능하거니와 잘못된 일이다. 그것은 당대표로서, 또 새누리당 정당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탈당한 비박 세력을 모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탈당한 이들은 이미 새누리당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물론 이한구와 친박 세력에 의한 상처기는 하지만, 당대표가 이런 사태를 방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탈당 비박 세력들은 김무성에게 호의적이지만 않다.

다 잡으려면 다 놓친다. 친박계는 이미 김무성을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지난 3년간을 뒤돌아봐도 알 수 있다. 친박이 아닌 사람(유승민·이재오 의원 등 비박 세력)을 쳐낸 것처럼, 김무성이 차기 대권후보가 되는 것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지난달 27일 윤상현 의원의 막말 발언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그는 대통령정무특보였던 지난해 9월 “김무성 대표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김무성 불가론’의 선봉에 섰다. 지난해 11월 12일에는 홍문종 의원이 이원집정부제 개헌과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라는 카드를 던진 적도 있다. 당대표를 두고 외부인사에게 대통령 후보 운운한 것에서도 친박계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이미 새누리당의 식물 대표인 김무성은 총선 후 자신의 입지가 없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다.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결정은 공천 과정에서 본인이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지만, 이한구의 독주와 친박 세력의 부당한 공세에 저항하지 못했던 김무성이 내놓은 고육지책일 수 있다. 총선 이후 바로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차기대선 국면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승부수일 수도 있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탈당과 홀로 서기를 통해 ‘반朴’ 세력의 선두주자로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진박 세력’을 내침으로써 ‘비박 세력’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면도 있다.

또한 친박 세력과 청와대는 자신들이 민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김무성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다. ‘청와대에 반기’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여론몰이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새누리당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의 당대표는 김무성이다. 새누리당 당원들이 전당대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당대표가 김무성이다. 그런데 원내 세력과 당직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김무성을 당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새누리당이다.

무엇보다 현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총재가 아니다. 민주적인 정당과 당원이라면 당대표를 인정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그렇지 못하다. 집권 여당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당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것이 지금의 우리 정치현실이다. 새누리당의 당대표와 대통령은 구분돼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