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오세훈]버려야 사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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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오세훈]버려야 사는 남자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3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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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후보로 부상한 오세훈과 야권 재편의 핵 손학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 뉴시스

영국 속담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사이가 멀어진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는다. 과거 한 정치인은 “죽었다는 뉴스만 아니면 정치인은 무슨 일로든 언론에 얼굴이 나오는 게 좋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는 ‘정치를 떠나야 인기 정치인이 되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운데,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던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 주민 투표를 제안, 개표조차 하지 못한 채 사퇴할 때까지만 해도 오 전 시장의 정치 생명은 끝난 듯 보였다. ‘국민의 혈세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다’는 시민들의 비판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자기 정치를 한다’는 쓴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후임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고, 시의원도 대거 교체되면서 오 전 시장은 더더욱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반이 지난 2016년, 오 전 시장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전주 대비 1.8% 오른 13.8%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은 3위에 올랐다. 2위 김 대표와의 차이는 불과 0.6%포인트(이하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www.nesdc.go.kr) 참고). 여권 내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벌어질 야권의 거물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과의 대결에서도 오 전 시장은 10%포인트 이상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이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48.6%의 지지율을 얻어 37.3%를 기록한 정 의원보다 11.3%포인트 앞섰다. 여행과 집필, 강연 등 정치와 거리를 뒀던 오 전 시장이지만 잊히기는커녕 강력한 대권 후보로 우뚝 선 셈이다.

전라남도 강진군에 칩거 중인 손 전 대표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패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8일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발표를 앞두고 “(손 전 대표는) 우리당 당원이니까 선거에 지원을 해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주말에는 손 전 대표의 측근인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강진으로 내려가 설득에 나서는 등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손 전 대표의 사위 빈소를 조문하고, “꼭 도와 달라”며 합류를 요청했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지금은 안 대표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2단계 추진 로켓이 필요하다. 정말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손학규 마케팅’도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총선 출정식에서 손 전 대표의 축사를 받았다.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하는 더민주 김병욱 후보는 아예 ‘제2의 손학규’를 자처하고 나섰다. 손 전 대표도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직접 들러 지지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파워’가 이 지역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며 “정치를 하면 인기가 떨어지고, 그만두면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그만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오 전 시장이나 손 전 대표나 본격적으로 정치를 재개하면 지금의 인기를 누리기는 어렵다”면서 “지금 두 사람의 인기는 착시 효과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치 안 하는 정치인’이 얻은 관심은 본업으로 돌아오는 순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의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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