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와 흙수저]회장님 자녀 초고속 승진에 취준생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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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와 흙수저]회장님 자녀 초고속 승진에 취준생 좌절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6.03.31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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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따라 20대도 차이 뚜렷…계층 심화 현상
입사 7개월 만에 사내이사부터 주식부호 1위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토니모리는 지난 28일 주총을 통해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의 딸인 배진형(만 25세)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배씨는 지난해 9월에 입사한 신입사원으로 불과 7개월만에 사내이사 자리에 앉게 됐다. 회사 측은 앞으로 배씨가 대주주로서 본격적인 책임경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열정페이와 수저계급론에 시달리는 20대 중후반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런 소식은 불편하기만 하다. 이에 <시사오늘>은 패션·뷰티업계서 이른바 ‘금수저’로 불리는 2·3세들은 누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입장을 들여다봤다.

▲ 통계청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1992년 이후 사상 최고치인 9.2%로 집계됐다.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대가 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뉴시스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토니모리는 28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토니모리 본사 지하 1층 회의실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배진형 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토니모리 IR 담당자는 “이번 사내이사 선임은 앞으로 배진형 씨가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배진형씨는 이번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임기 기간인 3년동안 매해 사내이사 보수도 지급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사내이사 보수로 1인당 3억4160만 원을 지급한 바 있어 배진형 씨 역시 최소 2억 원에서 3억 원가량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배진형씨는 현재 토니모리 주식 8.50%(100만주)를 가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배당안건이 최송 승인돼 배진형씨는 3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간 25세인 배진형씨는 사내이사 보수, 주식 보유 배당금으로 5억~6억 원 가량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토니모리 사무직 여직원(34명) 지난해 총 급여의 1/4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토니모리 측은 “배진형씨가 사내이사로 등기만 돼 있을 뿐 사내이사 보수는 받지 않을 예정”이라며 “사원이기 때문에 사원 직급의 월급만 받게 된다”고 반박했다.

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의 지주회사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 25일 주주총회에서 윤동한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2009년 한국콜마에 입사해 지난해 3월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난 29일 한국콜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윤 부사장(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의 지난해 급여 6억5000만 원, 상여금 7000만 원으로 총7억2000만 원을 수령했다. 같은 금액의 보수를 한국콜마홀딩스에서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민정(25)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6.48%를 가지고 있다. 해당 지분은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서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으로  지난 1월에는 20대 상장사 주식부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1월 CEO스코어에 따르면 민정 씨 이름의 아모레퍼시픽그룹 등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094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연초대비 903억 원(75.9%)이 증가한 금액이다. 2015년 1월과 비교했을 때보다 903억8200만 원(75.9%) 증가했다.

국내 아웃도어 1위인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무역홀딩스 성기학 회장의 세 딸도 모두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장녀 시은 씨는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와이엠에스에이(YMSA)의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둘째 딸 성래은 사장은 지난 21일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됐다.

성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2002년 회사에 입사했다.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영원무역의 영업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열정페이로 시작해 삼포세대로 끝나는 현실

이처럼 취업과 고액 연봉이 보장된 오너들의 자녀와 달리 20~30대 일반 청년들에게 취업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며 어렵게 대학 졸업장을 받아도 현실은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꿈을 이루긴커녕 생계유지에 급급하다.

토니모리 회장의 딸인 배진형 씨와 동갑인 이모 씨는 서울 수도권의 한 유명한 사립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꿈을 이루기엔 취업의 장벽은 너무 높았다. 이씨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말로만 듣던 열정페이를 강요해 이 씨를 또 한번 좌절시켰다.

이 씨는 “연봉 1800만 원으로 시작해 그 중 3개월은 인턴기간으로 월급의 80%를 받아야 한다”면서 “한달에 150만 원을 받게 되는 데 이중의 80%에서 세금과 사대보험까지 적용하니 결국 100만 원 초반 정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재계 2.3들의 초고속 승진과 억대 연봉 등의 뉴스를 접할 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인지 확신조차 들지 않아 절망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많은 젊은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이른바 삼포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아이가 금수저 아이들과 비교당하며 살길 원치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견기업 회계부서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 씨(남·33)는 “중소기업 보다는 많은 금액의 연봉을 받고는 있지만,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월세 등으로 인해 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까지 할 자신이 없어 지금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오너들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자녀들을 무리하게 경영권에 참여시키면서 젊은이들에게 심한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할 재력가들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금수저·흙수저’ 계급 논란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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