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앞둔 MB정부의 딜레마
스크롤 이동 상태바
특별사면 앞둔 MB정부의 딜레마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23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단체 김우중·이학수 특사 건의...정치쟁점화 불가피
올해도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날까. 역대 정권마다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대통령 특별사면권(이하 특사)에 대한 논란이 올해도 제기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4단체가 형이 확정된 경제인 78명에 대한 사면요청 명단을 지난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어제(22일) 저녁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 경제단체가 요청한 사면 대상자 명단을 지난주 경제단체 공동명의로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출한 명단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3일 “MB정부가 또다시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면권 논란’을 자초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임기 중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을 잊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우중 전 회장은 추징금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면서 “이미 3번이나 사면 받은 경력이 있는 상습적인 범죄자에게 4번째 사면을 할 셈인가”라며 강력 성토했다.

대한상의 등 경제인4단체가 지난주 제출한 명단은 2009년 12월 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특별사면 됐을 때 제출한 명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째 운전면허 관련 등 생계형 사범 282만명에 대한 특사를 실시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당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특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전 문민정부 9회, 국민의정부 8회, 참여정부 8회 등에서도 볼수 있듯이 사면권은 역대 정권의 단골손님이었다.

특사는 원래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에 대통령이 특사를 남용한다고 해도 정치적인 책임은 져도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 또 특사을 포함한 일반사면 등은 대통령의 통치행위기에 법원의 심사 대상도 안 될뿐더러 헌법소원 대상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간 대통령 권력구조에 있어서 문제가 됐던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대통령의 특사가 언제나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또 일반사면과는 달리 특사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아 역대 정권이 특사를 할 때마다 국론분열은 언제나 뒤따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면서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특별 사면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은 이를 국민통합을 위한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간 역대정부는 특사를 발표하면서 항상 똑같은 이유를 들었다.
 
“경제를 살리고 기업들의 투자를 위한 어느 때보다 경제인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이는 대다수 서민들의 심리적 허탈감을 주는 동시에 법에 대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을 심기에 충분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정국을 블랙홀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국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선택을 할 것인지, 이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다.

한편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기 10일전 국회에 보고하고 사면위원회 명단과 회의내용의 의무적 공개를 골자로 한 ‘사면권 일부개정안’을 발의한다고 23일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특사는 정치적 타협에 의해 사법부의 판결이 무시되는 폐단을 막고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이 설날, 부처님오신날, 제헌절, 광복절 등에 특별사면권을 남용하는 것은 사면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동시에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