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존영(尊影)논란과 〈YS는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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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존영(尊影)논란과 〈YS는 못말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3.31 1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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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권위주의 회귀는 역풍을 몰고온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호재만 가득할 것 같았던 새누리당이 공천파동으로 흔들리더니, 결국엔 무소속 이탈자들을 내며 상처를 남겼다. 그 와중에 불거진 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 존영(尊影)논란이다.

이는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탈당한 대구 지역 인사들에게 ‘박 대통령의 존영(사진 액자)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것에서 불거졌다. 탈당했다고 대통령 사진을 돌려달라는 요청도 그렇지만, 존영이라는 표현도 문제가 됐다. 존영은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로,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격인 단어 중 하나다. 자연히 최근에는 그리 쓰이지 않는 단어다.

반납 요구를 받은 당사자들의 반발은 물론, 곳곳에서 비난이 이어지며 조롱거리가 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0일 지원유세를 위해 대구를 방문해 “지금이 여왕시대인가”라면서 “이런 당(새누리당)을 민주적 공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조차 같은 날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존영 논란을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사람은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YS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탈(脫)권위시대를 열었다. 청와대 안가를 허물어 공원으로 만드는 등, 이전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지적되던 것들을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냈다.

▲ ⓒ인터넷 블로그

기자의 학창 시절, YS가 그려진 ‘YS 지우개’가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와, YS의 특징적 말투인 간단한 경상도 사투리가 곁들여진 물건이었다. 30만부 이상 팔렸다는 유머집과 그 유사한 서적들에는 YS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표지에 들어가 있었다. 이번처럼 탈당한 사람은 대통령의 사진도 돌려줘야 하는 세상이었다면, 존영(尊影)으로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분기탱천할 일이 아니었을까.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강원택 교수는 한 강연에서 “한국 정치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유혈(流血)사태 없이, 탈권위와 합리주의 쪽으로 조금씩 전진 중”이라고 평한 바 있다. YS가 과감히 권위주의를 벗어던진 이후, 실제로 한국에서 강력히 ‘권위주의의 재래’를 느낄 만한 일은 없었다. 임기 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양한 항목에서 세간의 평가가 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한국 사회에서 권위주의를 사라지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들어 조금씩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이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와중에, 이번 존영 논란은 여권에 상당한 타격이 됐다. 본인이 아무리 탈권위를 지향해도 지지자들의 자세가 오해를 부른다면 결국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고 만다. 권위주의가 주는 불편함으로의 회귀는, 민심을 잃고 역풍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이번 ‘존영 논란’의 역풍이 가시적으로 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자, 일부 언론에선 ‘존영 논란’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존중과 존경의 방법은 다양하고, 일일이 그 자유를 제한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다만 공인을 자임하는 정치인 집단이라는 곳에서 권위주의로의 회귀나 다름없는 과한 언동으로 제 살을 깎아먹고, 그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마저 난처하게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 존영 논란을 보며 YS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마음껏 표현했던 인물들과, 그걸 호탕하게 받아들였던 YS가 생각나는 이유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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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16-03-31 20:48:59
쿼터갓 박근혜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