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미청구공사 위험 '여전'…신용등급도 하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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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미청구공사 위험 '여전'…신용등급도 하락 전망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4.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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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장 미청구공사가 많이 줄었으나 안고 있는 잠재위험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올해 국내 건설회사 신용등급도 하향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뉴시스

지난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장 미청구공사가 많이 줄었으나 안고 있는 잠재위험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올해 국내 건설회사 신용등급도 하향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청구공사 줄었으나 손실가능성 ‘여전’

지난 28일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사 미청구공사의 잠재위험 분석결과 Ⅱ’ 보고서를 통해 국내 건설사의 남아있는 미청구공사의 질적 분석 결과, 위험도가 높은 준공 임박 현장과 손실 현장의 미청구공사 부담은 아직 과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청구공사란 공사원가가 투입됐음에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미청구공사의 증가는 준공시점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의 실적방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한신평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건설사업 비중이 높은 8개 건설사(△GS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한화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약 14조6000억 원까지 확대됐으나 지난해 말 약 11조9000억 원으로 줄었다. 4분기 중에만 2조7000억 원(18.5%)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까지 미청구공사가 큰 폭으로 증가한 GS건설과 현대건설의 경우 각각 1조1000억 원(-35.3%)과 5000억 원(-17.0%)이 감소했다. 이외 건설사도 10~20% 수준의 미청구공사 잔액이 줄었다.

그러나 한신평이 실질적인 위험완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질적 분석 결과, 미청구공사 감소에도 불구하고 손실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힌신평이 지난해 말 도급금액이 직전연도 매출액의 5%를 초과하는 158개 현장(해외 미청구공사의 약 70% 차지)에 대해 미청구공사 잔액 구성과 감소원인을 분석한 결과, 미청구공사 감소 금액 중 약 절반 정도는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부분에서 줄었다. 성격상 불확실성이 낮은 공정 초기의 미청구공사 감소분이 조사 대상 해외 미청구공사 감소액의 절반 수준인 906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반면 위험도가 높은 준공 임박 현장 혹은 손실 현장의 미청구공사 부담은 아직 과중한 수준이다. 해당 현장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2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조사 대상 해외 미청구공사 잔액의 47.8%를 차지한다. 준공이 임박한 현장(진행률 90% 이상)은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부담과 준공 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체상금 등 다양한 원가 상승 요인을 안고 있다. 손실이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 과거 추가손실 발생이 다수 관찰됐다.

아울러 수주경쟁이 심화됐던 시기 중동 3국(사우디, UAE,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수주한 현장의 미청구공사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2010~2012년 해당 현장의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9월 말 대비 700억 원 증가한 1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동 3국은 저유가의 장기화로 사업환경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고, 발주처 중심의 수주환경으로 도급액 증액이나 클레임 협상이 까다로워 원가관리에 부담요인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신용등급, 올해도 하락기조 이어갈 것

이 가운데 2011년 이후 지속되는 건설업계의 신용등급 하락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이하 NICE신평)는 지난 25일 발표한 ‘늪에 빠진 해외건설, 불안한 주택건설’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여전히 재조정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올해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수주시점 90% 내외에서 형성돼 있던 예정원가율은 지난해 115~120% 수준으로 급증했다. 공사잔액이 크지 않고, 대규모 손실인식 프로젝트의 경우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점진적으로 손실을 인식해 온 탓에 손실발생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추가적인 손실 인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정상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 위험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2011~2012년 수주 분의 평균 원가율이 100~120% 선에서 형성된 데 반해서 2013년 이후 수주 분은 80~90% 선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건설사들은 과거 대비 낮은 원가율의 이유를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과거 어닝쇼크 이후의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손실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가영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2012년 이후 중동 지역의 발주조건이 현저히 나아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2014년 하반기 이후 전례 없는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수주환경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이후 수주분이 양호한 원가율을 보이고 있다해도 완공시점인 2018년까지 개선된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 중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시아시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약 41%로 적지 않다.

실제 손실 사례도 나타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 수주한 사우디(Yanbu Power Plant)와 2013년 수주한 이라크(Gazprom Badra) 사업장에서, 한화건설은 2013년 수주한 알제리(Biskra SCPP)에서 지난해 대규모 공사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2012~2013년 수주한 사업들의 완공 시점이 다가오면서 평균 5% 전후의 원가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1분기부터 도급액이 직전년도 매출액의 5%를 초과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 매출채권 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수주산업 관련 회계기준이 강화된다. 이에 따라 대손상각으로 인한 추가적인 손실인식가능성도 예년 대비 높아졌다.

김 연구원은 “회계기준 강화는 개별 건설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의 저하, 재무자료에 대한 신뢰도 하락 등으로 연결돼 재무안전성 전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실인식 프로젝트의 준공여부와 정상진행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 추이, 미청구공사와 회수보류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개별 회사의 차입금 만기구조 단기화가 급격히 진행되거나 제시한 차입금 관리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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