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행]예상치 못한 환대…'反文정서' 놓고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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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광주행]예상치 못한 환대…'反文정서' 놓고 옥신각신
  • 광주=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4.08 22: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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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호남차별, 이간질에 불과…제 인생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광주 오지혜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야권의 심장부' 광주를 찾았다. 지역에서 회자되고 있는 '호남홀대론'에 대한 해명으로 '반문(反文)정서'를 불식시켜 총선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반문정서의 실체에 대해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5·18민주묘지…"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 만들겠다"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꿇고 참배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 뉴시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북구 망월동에 위치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날 오전 5·18 묘지 입구에서 만난 문 전 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언론을 통해 '광주 회초리',  '계란 세례' 등 험악한 지역민심에 대한 예측이 나온 터였다. 앞서 기다리고 있던 'DJ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악수를 건네자, 그제서야 문 전 대표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문 전 대표는 묘지 방명록에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사실상 이번 광주 방문의 목적이었다. 이들이 헌화 분향대로 나아가 참배하며 무릎을 꿇자 취재진이 분주하게 모여들었다. 지역내 반문정서와 관련, 문 전 대표의 '석고대죄' 여부가 화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읍소와 눈물 등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없었다.

문 전 대표는 신묘역을 둘러보고 구묘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독재정권 당시 광주를 알리고 광주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에서 매년 5월이면 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참배했다"면서 "지금은 신묘역으로 영령들이 옮겨졌지만, 아직 구묘역에 오는 것이 마음이 더 애틋하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정신에 대해 "민주주의와 민생, 남북통일, 그리고 국민통합"이라고 규정하면서, "앞서 제가 방명록에 썼던대로 광주정신이 광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에 그대로 구현될 때 우리나라가 제대로 발전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헌화 분향대에서 무릎을 꿇은 이유에 대해 "광주의 지지가 제게 아주 과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지지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대선 패배 이후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여기 광주에서 광주정신을 되새기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광주 시민들께서 제게 실망하고 또 질책하시는 것, 모두 달게 받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묘지 참배 후 양동시장을 들려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장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지역민심을 묻는 기자에게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국민의당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인지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충장로 사거리…"호남홀대론, 인생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광주 충장로 사거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연설현장 ⓒ 뉴시스

다음 일정은 남구에 위치한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였다. 이곳은 광주 중심 시가지인 동시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가 야권단일화 후보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맞잡은 곳이기도 하다. 

문 전 대표가 김홍걸 위원장과 함께 등장하자, 시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중에는 '문재인을 사랑합니다'라는 글씨가 적힌 파란 종이판을 든 시민들도 보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문 전 대표의 방문을 환영하는 인파의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점이다. 한 60대 남성은 옆자리에 앉은 기자들에게 "국민의당 때문에 종편에서 문재인만 이상하게 나온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예상치 못한 환대에 벅찬 표정이었지만, 준비해 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못난 문재인'으로 칭하면서 "광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삼았던 제가 승리의 기쁨을 돌려드리지 못했다"면서 "여러분께 직접 야단 맞기 위해 왔다. 그간 부족함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문 대표의 연설 대목마다 "괜찮다", "잘 왔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 전 대표는 그간 이목이 쏟아졌던 앞으로 정치행보에 대한 내용도 밝혔다.

그는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면서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언 내내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며 자세를 숙였던 문 전 대표는 호남홀대론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저의 모든 과오를 짊어지겠다. 그러나 호남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가져갈 수 없는 짐"이라면서 "이는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5공 군부독재 정권 시절, 부산의 민주화 운동은 5월의 광주를 부산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노무현과 제가 1987년 5월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연 광주 비디오 관람회는 부산 6월 항쟁의 중심이 됐다. 그것이 노무현과 제가 걸어온 길"이라며 호남홀대론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가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호남을 사랑했어도 호남 사람처럼 호남의 정서를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결단코 홀대는 없었다.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호남을 배려했다고 자부한다"며 강한 어조를 이어갔다.

문 전 대표는 호남홀대론에 대해 '호남을 다시 고립화하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이라고 규정하면서, "세 번째 민주정부는 호남과 호남 바깥 민주화 세력이 다시 굳건하게 손을 잡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옆자리를 지킨 김홍걸 위원장도 문재인 전 대표와 호남 간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가 제 아버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말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자신을 모시던 분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던 분들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 과거의 사사로운 감정을 뛰어넘어서 하나로 뭉쳐 정권교체를 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제 아버지를 보호하고 키워주신 여러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연설을 마치고 충장로 사거리를 빠져나가는 길은 시민들로 꽉 막혔다. "응원하겠다", "힘내라", "광주는 문재인을 믿는다"는 말들이 오갔다. 예상됐던 험한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사거리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광주에서 반문정서가 왜 나왔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전라도에서 문재인 이미지는 좋다. 유일한 대권후보"라고 밝혔다.

80대 남성은 "문재인은 지난 대선 때부터 좋아했다"면서 "사람이 정직하니까. 진정성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연설 현장을 멀찍이 지켜보던 30대 여성은 "더민주가 안 될 것 같으니까 이제와서 광주를 찾은 것"이라며 "표 필요할 때가 돼야 오는 사람한테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전남대에 들려 학생들과 '청년실업'과 '청년주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전남대 학생들은 문 전 대표와 '셀카'를 찍는 등 대체적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대 남성은 이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윗 세대는 국민의당에 치우쳐있지만 젊은 세대는 더민주를 선호한다"면서 "그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전 대표"라고 말했다.

◇월곡시장, "반문정서 있다" vs. "지역정서 아냐"

▲ 광주 광산구 월곡시장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문재인 전 대표에 시민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날 문 전 대표의 마지막 행선지는 광산구 월곡시장이었다.

이곳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를 보려는 동네 주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50대 여성은 "텔레비전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온다는 자막을 보고 달려왔다"면서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때까지 걸어온 길이 있으니 신뢰가 간다"고 답했다.

반문정서에 대해서는 "주변에 분명히 문재인 전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역정서라고 부르기엔 그 비율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60대 여성은 "반문정서는 분명히 있다. 나도 문재인 전 대표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호남 지역은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이라면 몰표를 준다. 지난번 대선 때도 문재인 전 대표한테 90%이상 지지를 보내지 않았나. 그러나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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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 2016-04-09 22:20:39
극우언론과 호남기득패당들이 만들어낸 괴담입니다.

최규표 2016-04-09 01:10:34
기자님 오랜만에 제대로 된 기사 읽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