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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대규모 정치·부패 사건은 철저히 수사해야"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75)>김종빈 전 검찰총장
2016년 04월 14일 (목) 윤종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 김종빈 전 검찰총장 ⓒ사진=국민대 정치대학원 제공

지난 2005년 일명 ‘강정구 교수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반발, 총장직에서 사퇴하는 강단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도 김종빈 전 총장은 ‘강정구 교수 사건’으로 여전히 기억되는 것 같다. 지난 4월 12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포럼 강연자로 나선 김 전 총장은 강연 내내 한국의 검찰 제도에 대해 얘기했을 뿐 11년 전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연 말미 기다렸다는 듯이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김 전 총장은 그 사건을 마치 형사법 판례 강의를 하듯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검찰조직은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법권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권이다. 사법권이 범죄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는 것과 관련한 것이라면 행정권은 법무부 소속으로 국가 의사를 대변하는 성격이다. 어느 나라나 검찰조직에는 이 두 가지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사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다보면 검사에게도 일반 법관과 마찬가지로 독립성이 요구되는 반면, 행정권을 생각하면 다른 모든 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의사가 일사분란하게 시달되고 행사돼야 하는 통일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검사도 반드시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 달리 말해 검사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동시에 정부의 일사불란한 명령 지휘체계에 따라야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지위·감독하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되어 있다. 검사 수사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간에 검찰총장이라는 완충지대를 둔 것이다. 나의 사례를 들자면 강정구 교수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게 되어 있는 데 ‘구속하지 말아라’라고 구체적인 지휘를 한 것이고 나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을 한 것이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김 전 총장은 3년 전 이맘 때 같은 장소에서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 때도 강연 내내 이와 관련해선 한 마디도 안 했지만 한 학생이 질문을 하는 바람에 답을 했을 뿐이다. 참고로 당시 발언을 소개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국정 지표로 4대 악법 개폐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때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손을 못 대게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융통성 있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치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나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낙태법이 있지만 국가 정책상 낙태를 묵인해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검찰에서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하자'는 입장을 내게 전했다.  그러나 나는 '한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최고 기관의 수장으로서 나의 소명은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개정하고 난 뒤에 그 바뀐 것을 적용하는 것은 좋지만,  아직 개정되지도 않은데다가 야당에서 반대까지 하는 마당에 검찰이 나서서 (현행 실정법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사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강정구 사건에 따른 사퇴는 천정배 장관과의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대검중수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 전 총장은 대검중수부가 없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비쳤다.

   
▲ 김종빈 전 검찰총장 ⓒ사진=국민대 정치대학원 제공

“최근 법조 출입 언론인들이 검찰에 대해 ‘정치 시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검찰이 갑자기  발전해서 그런가? 과거에는 대검중수부가 있어서 정치인이나 재벌에 대해 수사했지만 지금은 대검중수부가 없어서 정치인이나 재벌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으니 검찰에 대한 비난도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내가 공직을 그만두고 대만 정부의 초청을 받아서 대만 검찰 개혁과 관련해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 어느 날 대만의 경제기획원 장관을 했던 분이 나와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데도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하는 말이 ‘정말 한국이 부럽다. 한국을 보면 금방 대규모 사건이 터져서 나라가 뒤집힐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사회가 다이나믹하게 발전하더라. 그러한 다이나믹의 한 축이 검찰이다’고 말했다. 내가 대만에서 검찰 개혁 세미나를 두 해 하면서 한국식 대검중수부를 대만 검찰에 심었다. 천수이볜 총통 내외가 19년 형을 받게 된 것이 그 결과다. (결론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비난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너무 높다. 그런 걸 감안하면 대규모 정치사건이나 부패사건에 대해서는 힘을 써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꼭 검찰이 아니더라도 수사를 할 기관이 필요하다.”

김 전 총장은 이날 검찰 개혁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내가 검찰총장을 하면서 가장 뼈아팠던 것은 언론이 그냥 검찰이라고 하지 않고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신뢰가 땅에 떨어진’이라는 접두사를 어떻게 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명예검사 제도를 뒀다. 초대 명예검사가 안성기 씨이고 2대는 최수종·김태희 씨다. 또 검찰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일부러 영화를 제작했다. 대표적인 게 <공공의적2>이다. 거기보면 검사가 권총 가지고 다니면서 활약하는데 그 건 실제와는 다르다. 어쨌든 검찰이 최초로 영화 제작에 자료를 제공하고 지원해서 만든 일종의 홍보영화이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의 검찰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지구상에 두 가지 법체계가 있다. 하나는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작된 대륙법계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영미법계이다. 대륙법계는 범죄를 국가 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보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이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영미법계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 간의 일로 보고 민사소송의 경우처럼 당사자가 공격과 방어를 하는 차원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대리해서 검찰이나 경찰이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자료를 수집해서 소송해달라고 하면 법원의 주도하에 누가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아주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미국에 있어서의 형사 사건의 궁극적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사건 종료라고 할 수도 있다. 대륙법계를 직권주의라고 말하고 영미법계는 당사자주의라고 말한다. 직권주의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당사자주의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형사법이 추구하는 두 가지 양대 가치는 실체적 진실 및 국민의 기본권 보호이다. 이 두 개가 처음에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에서 서로 다르게 나왔지만 지금은 미국에서도 대륙법계 요소를 도입하고 대륙법계인 우리나라도 영미식 당사자주의를 도입해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직권주의인지 당사자인지 알 수 없는 혼합형이다. 지금 법조문 체계만 보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인권보호에 소홀하지 않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잘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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