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진박 살고 새누리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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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진박 살고 새누리 죽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14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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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박’ 생환율은 기대 이상...그러나 새누리당은 후폭풍으로 참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출구조사결과 발표 후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강봉균·원유철 공동선대위원장 ⓒ 뉴시스

‘진박’은 이겼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졌다. 새누리당의 제20대 총선을 한 마디로 요악하면 ‘진박은 살고 새누리는 죽고’였다.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하면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텃밭’인 영남을 지키고, 야권 분열로 수도권과 대전·충청·세종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면 최대 180석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선인 180석 획득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자만은 독이 됐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앞세워 TK(대구·경북)에 ‘자기 사람’을 심느라 여념이 없었던 친박계와 ‘옥새 파동’으로 반격을 시도한 비박계는 아직 손에 들어오지도 않은 떡을 두고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이는 전국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기는 결과를 낳았다.

친박계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텃밭’ TK에 공천을 내준 진박 후보들은 대거 당선증을 받아들었다. ‘총선 필승 건배사’로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유승민계’ 류성걸 후보를 꺾었고,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더불어민주당 김동열 후보를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대구 달성군에 출사표를 던진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무소속 구성재 후보에게 승리를 거두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부산 기장에 출마한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과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도 ‘진박’ 도장을 무기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진박 실세들도 어렵지 않게 선수를 추가했다.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과 이인제 최고위원,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고배를 마셨으나, 진박의 생환율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진박 후보들을 살리기 위한 무리수는 다른 지역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3곳을 더민주당에게 내주는 등 수도권에서 말 그대로 참패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얻은 의석수는 불과 35석. 수도권에 주어진 122석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PK(부산·경남)에서도 무려 8석을 빼앗겼다.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김영춘 당선자와 전재수 당선자, 김해영 당선자, 박재호 당선자, 최인호 당선자에게 의석을 내줬고, 경남에서는 김경수 당선자와 민홍철 당선자, 노회찬 당선자에게 3석을 허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도 김부겸 당선자와 홍의락 당선자가 여권의 심장부에 깃발을 꽂았다.

새누리당은 급기야 123석을 획득한 더민주당에게 원내 제1당 자리까지 내주며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기게 됐다. 진박 후보를 살리기 위한 친박계의 무리수가 새누리당을 죽이는 결과로 연결된 셈이다. 실제로 ‘김무성계’로 꼽히는 김성태 당선자는 지난 13일 “다 이긴 선거를 이 모양으로 만든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며 친박계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적보다 무서운 게 방심이라 했다”며 “요즘 당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과반이나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새누리당 내홍, 점입가경…2012 민주통합당 '데자뷔'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326)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이기기도 전에 ‘지분 나누기’에 혈안이 됐던 새누리당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모습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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