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6년 4·13 총선에서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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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4·13 총선에서 희망을 보았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04.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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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이념적 대중정당에서 실용적 포괄정당으로 변모 징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시사평론가)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은 정권을 내려놓고 하와이로 떠났다. 하야 성명에서 그는 4·19 세력들을 애국애족하는 동포들로 묘사했는데, 사석에서 '젊은이들이 불의를 보고도 가만있으면 국가에 희망이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있다. 같은 맥락에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여권이 보인 행태를 보고도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와 진영 논리에 갇혀 여당에게 표를 몰아주었다면 다수의 국민들은 크게 좌절했으리라 생각된다.  

선거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번 4·13 총선 결과는 몇 가지 점에서 우리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우리 정치권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대립으로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큰 줄기 면에서는 아직도 이들 양대 세력이 주축이 되고 영남세력과 호남세력이 상호 견제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역주의가 너무 강해서 계급 간 갈등과 세대 간 갈등 구조를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대구와 부산에서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전남과 전북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특히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순천에서 재선된 것은 전북에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새롭게 당선된 것과 더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단 영호남에서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동반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 차원을 넘어서 우리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행태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강남을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전현희 후보는 야당 후보도 경쟁력만 있으면 골수 새누리당 지역에서도 당선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는 야당 지지자들에게만 감동을 준 것이 아니라 여당 지지자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되었던 분당 갑과 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동반 당선되었다는 것은 새누리당의 공천과정 시시비비를 떠나 견고해 보이던 지역주의 장벽이 하나둘 무너져 내린다는 측면에서 우리를 고무시키고 있다. 야권의 분당 사태로 수도권에서 우려되었던 콩도르세의 역설이 분당을 지역에서는 여권의 분열로 나타났는데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태희 후보가 얻은 투표 총수의 합계가 과반수를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났는데 결선 투표제가 없고 단순 다수 대표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의 선거제도 상 후보자 간 연대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권자들의 선호에 근접한 투표 결과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단순 다수 대표제 下(하) 후보자 간 연대는 권고되어야 할 사항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의 연대와 후보 사퇴는 무책임하고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대통령제 하 소선거구제와 단순 다수 대표제에서 국가 비용이 아닌 후보자 비용으로 결선 투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을 끈 것은 수도권의 유권자들이 후보 투표와 정당 투표를 분리해서 전략투표를 했다는 것인데,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보면, 실제로 다수의 유권자들이 전략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사표 방지를 위해 후보자 투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찍었다는 것이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유권자들이 사표 문제를 인식하고 분리투표(split ticket voting)를 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정보사회의 선진 매스미디어 시스템과 유권자들의 높은 인식 능력이 아니면 기대할 수 없는 투표 행위이다.

분리투표와 관련하여 많은 매스컴들이 교차투표(cross voting)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교차투표는 당론투표를 하지 않고 의원 개개인들이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소속 당에 관계없이 투표를 하는 것이고, 이번 총선처럼 후보자 투표용지와 정당 투표용지가 따로 주어질 때, 후보자의 정당과 정당투표의 지지 정당을 달리해서 투표할 때는 분리투표(split ticket voting)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다.

아무튼 이번 총선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산업사회에서 진일보한 정보사회의 선거 관리 운영 시스템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정치의식과 투표행태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고, 정당들도 산업사회의 이념적 대중정당에서 정보사회의 실용적 포괄정당으로 변모하는 징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정치 발전의 기대를 높여 주었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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