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홈피폐쇄 선언 "제가 할 일은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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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홈피폐쇄 선언 "제가 할 일은 사죄"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4.23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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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 살 것"
▲     ©시사오늘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2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홈페이지 폐쇄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늘 아침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곳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도덕적 명예가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젠 이것도 공감을 얻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민주주의ㆍ진보ㆍ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며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여러분은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며 "적어도 한 발 물러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어 앞질러 가는 검찰과 언론의 추측과 단정에 반박도 했는데 정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이 됐다"며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고 줄여드리고 싶었고 저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다"며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고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친형 건평씨 사건과 관련,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했고 설마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사과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다"며 "'형님이 하는 일을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변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올린 해명글 전문.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도 민망한 일이라 변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가 되고 있으니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민망스러운 이야기 하지 말고 내가 그냥 지고 가자. 사람들과 의논도 해 보았습니다.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배신감의 크기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동안 계속 부끄럽고 민망스럽고 구차스러울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성실히 방어하고 해명을 할 것입니다.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제가 당당해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일단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9년 4월 12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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