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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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를 위한 변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4.22 17: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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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가피했던 그의 대구 출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 ⓒ 뉴시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날개가 꺾였다. 김 전 지사는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에게 완패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정치적 내상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4·13 총선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고 마부작침의 각오로 당내·원외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재기의 날개를 활짝 펴고 대권잠룡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김 전 지사는 수도권에 나서라는 당 지도부의 권유를 뿌리치고 여권의 텃밭인 대구 출마를 강행했다. 더민주 김부겸 당선인의 승리를 예견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와 자체 여론조사에 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달구벌에 깃발을 꽂겠다는 김 전 지사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말처럼, 전통적 여권 지지층들의 눈에 김 전 지사는 '전향한 공산주의자'다. 보수는 출생을 따진다. 학생운동·민중당 활동 전력은 그의 뺨에 '한 번 빨갱이는 영원한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본선무대에서 표의 확장성에 큰 도움이 될 이력이 당내에서는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김 전 지사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내가 급진적 운동권 출신, 바닥 출신이다 보니까 기득권 엘리트 구성원이 상당한 당내에서 이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김 전 지사에게 대구에서의 당선은 낙인을 지울 수 있는 지름길이었고, 내년 대선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었다. 여권의 심장부 TK(대구경북)가 그의 정체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의중은 이번 선거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는 선거 운동 첫날 "친노좌파, 친북 세력에게 대구를 넘길 수 없다"며 '색깔론'으로 김부겸을 공격하면서 대구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야당에 의해 대한민국 정통성이 위협받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구에 내려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킨 것이다.

또한 김 전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친박(친박근혜) 마케팅도 펼쳤다. 대구 밑바닥을 훑던 지난해에는 박정희 추모제에 참석해 "대구는 내 고향이고 나는 친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의 친박으로의 변화 시도는 전통적 여권 지지층 포섭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개인기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위와 같이 조금 다른 전략을 펼쳤다. 개인기로는 승리를 거두더라도 뺨에 새겨진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김 전 지사는 당심에 집착하다가 민심을 읽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20대 총선은 변화의 물결이 출렁인 선거였다. 높은 파고를 견디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맞는 자기만의 철학과 신념을 내세워야 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당선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스타일을 버렸다. 김문수 특유의 청렴한 보수개혁 성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선거 막판 대구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타이밍이었다.

김 전 지사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1996년 12월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에 가담한 이후 "의회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남긴 단독 처리에 동참해 많은 눈물을 흘렸다. 회한 속에서 우리 국민이 어제의 국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반성문을 적었듯, 그는 다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 나서기에 앞서 김 전 지사가 했던 말을 빌려 글을 줄이고자 한다. '정치인 김문수'의 화려한 재기를 기대한다.

"대선이란 본인이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의 마음과 시대정신, 그리고 역사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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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2016-04-28 16:38:55
수도권 권유를 뿌리치고 대구에 왔는데... 공산주의자 낙인때문? 보수는 출생을 따진다? 대구 시민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네요 대구시민들을 겨우 그딴 수준으로 보고 글을 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