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앞세운 '설탕 덩어리' 주스 마케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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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앞세운 '설탕 덩어리' 주스 마케팅 논란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4.2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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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주스 제품 하루권장량 절반 이상인데
어린이 광고모델 내세우며 '건강마케팅' 눈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미닛메이드 광고 영상 ⓒ코카콜라

국내 일부 주스 브랜드들이 어린이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건강마케팅’을 강조해 논란이 예상된다. 어린이 모델을 둔 주스 제품 대부분이 어린이·청소년의 하루 권장 당류 섭취량(30g)의 절반 이상을 넘는 것으로 드러나 어린이들의 당 과다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 주스 모델 마케팅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는 코카콜라사의 미닛메이드다. 미닛메이드는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배우 송일국의 아들인 대한, 민국, 만세를 모델로 한 ‘삼둥이 마케팅’에 나섰다. 대한, 민국, 만세는 2012년 생으로 만 4세다. 

지난 1일부터 방영된 ‘미닛메이드 홈스타일’ TV광고는 송일국과 삼둥이가 등장해 ‘이제는 속까지 따져보자’는 미닛메이드 홈스타일의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삼둥이는 과일 속껍질까지 말끔하게 먹는 주스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인다. 

미닛메이드 홈스타일은 ‘미닛메이드 홈스타일 자몽’과 ‘미닛메이드 홈스타일 오렌지100’ 두 가지 종류로 구성됐다. 코카콜라 미닛메이드는 1회 제공량 기준(200ml)으로 자몽맛은 당류 17g, 오렌지맛은 19g에 달한다. 1회 제공량만 마셔도 하루 권장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셈이다.  

▲ ⓒ플로리다 내추럴 페이스북·웅진식품 홈페이지 캡처

매일유업의 착즙주스 브랜드 ‘플로리다 내추럴(Florida’s Natural)’은 TV 육아 프로그램 간접광고(PPL)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플로리다 내추럴은 일명 ‘대박이 주스’로 입소문을 탔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축구선수 이동국 의 17개월 아들인 대박(이시안)이가 이 주스를 마시는 모습이 방송됐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내추럴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방송 영상을 반복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플로리다 내추럴 당 함량은 1회 제공량 기준(200ml)으로 오렌지맛은 20g, 자몽맛은 17g이다. 이 제품 역시 1회 제공량만으로도 1일 섭취량의 절반 이상의 당을 섭취하게 된다. 

웅진식품 ‘자연은’ 제품도 홈페이지에 주스를 마시는 아이 이미지를 걸어뒀다. 광고 영상에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엄마와 아이가 주스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자연은 120일 블루베리’의 1회 제공량(180ml) 기준 당 함량은 28g이다. ‘자연은 140일 포도’는 1회 제공량(180ml)당 당류 23g이 함유돼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착즙주스 브랜드가 당 함량이 높지만 과일을 갈아 넣어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건강 마케팅에 어린 아이만큼 효과적인 모델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착즙주스가 건강함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이미지를 만들다보니 당 함량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아이에게 건강하게 먹일 수 있는 주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믿음이 가고 부모들도 솔깃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음료 업계 관계자는 “도의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 할 말은 없다”면서도 “광고법상 어린 아이와 보호자가 꼭 함께 등장하게 돼 있어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주스 광고가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아이들의 당류 섭취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어 음료업계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당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오는 2020년까지 우유를 제외한 가공 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청년층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량은 지난 2013년 이미 기준을 초과했다. 

이에 관해 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첨가당이 함유된 과일 주스를 아이들이 많이 마실 경우 당 섭취가 늘어 칼로리가 충분하게 돼 다른 음식을 잘 먹지 않아 영양불균형이 올 수 있다”며 “이런 식습관이 굳어지면 나중에 과체중이나 당뇨 가능성도 생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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