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통령의 사감정(私感情)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대통령의 사감정(私感情)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4.27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재한의 긴급진단>언제까지 유승민 탓할 것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疏通)을 내걸고, 그 하나의 이벤트로 언론사 보도국장과 편집국장과의 오찬을 가졌다. 오찬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야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의 모습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오찬 간담회의 의미를 살리고자 했었다면, 대통령은 이 자리를 언론사 간부들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장(場)이 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언론사 보도국장과 편집국장 또한 민심전달의 창구(窓口)가 되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행사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지만, 국민의 기대와 달리 특이한 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자신은 일을 하고 싶은 데 국회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임기 후에는 한(恨)으로 남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무소속 당선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을 겨냥했던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를 했는데 “제가 나서서 쓰러지기 직전에 갈 정도로 최선을 다했고 많은 사람들이 당선된 일이 있었다. 그럴 때 많은 후보들이 제가 하는 일을 적극 도와주고 협력하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당선되고 나서는 자기 정치한다고 갈라서게 된 것”이라며 마음은 허탈하고 굉장히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전히 유 의원의 새누리당 복당 불가 시사와 함께 반감을 표시했다.

4·13 총선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제2당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시점에, 국민과의 소통을 원하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개인적인 사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흔히들 언급하는 정치적 수사(修辭)처럼, “내 부덕의 소치이고, 유감이다”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넘어갈 수는 없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원인은 유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단기부양책에 반대하고,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등 현 정부의 증세론과 경제 정책 전반을 두고 진보적인 경제관을 피력하며 비판한 데서 출발한다. 그 이후로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유 의원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관철시켰다. 또 그 후로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유승민계와 비박계를 컷오프 시키는 공천학살로 이어졌다.

아쉬운 점을 지적한다면, 대통령과 국민과의 언어는 순화되고 절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 사용이 정제되고 고급스러워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언어 구사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늘 남는다.

권력자의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단순한 전달수단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그 언어 사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강압의 범위를 벗어나 압박이요, 협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유 의원에 대한 ‘배신의 정치’와 새누리당 총선 공천과정에서 ‘진실한 사람’이라는 표현에서도 똑똑히 목격했다.

일련의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살펴보자. 여당 의원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국회 활동에 대해서 자신의 요구대로 해주기를 바라고 강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하나는 현 정부의 잘못을 모두 유 의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번 살펴보자.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한 후 3년 2개월이 지났지만 유 의원이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것은 2015년 2월 2일부터 7월 8일 까지 겨우 5개월 정도다. 그렇다면 유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지 않은 시절 국회 운영은 어떻게 됐으며, 국정활동이 대통령의 기대치만큼 됐는가 묻고 싶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유 의원 혼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에 있고 행정부 또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내 공(功)은 줄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문화를 이제는 만들어야 한다. 내 공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할 사항이다. 내 공을 내세우고, 남을 탓하는 문화가 잔존하는 한 발전도 성공도 없다. 이것은 평범한 사실이다.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보다 국회,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를 하고 협조를 요구하는 일이다. 설령 이것이 대통령 개인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지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라면 흔쾌히 나설 자세가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