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더민주 '86세대', 독자세력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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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더민주 '86세대', 독자세력화 신호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4.2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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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왼쪽), 우상호 의원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 '86 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생)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컷오프 칼바람과 4·13 총선에서 살아남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전을 앞세워 재도약을 꿈꾸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당권파와의 연합에만 몰두하던 86 세대가 드디어 '독자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86 세대는 20대 총선 직전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되면서 세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운동권 출신 정청래 의원, 강기정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했고, 3선을 지낸 오영식 의원 역시 컷오프 됐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더민주가 본격적으로 86 세대 배제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이 쏟아졌다. 아울러 이들이 앞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컷오프 된 86 세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당권파 또는 유력 차기 대권주자와 결탁한 인사들이 대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청래 의원과 강기정 의원은 강성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고, 오영식 의원은 대표적인 정세균계 사람이다. 임종석 전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남자다.

반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거나 86 세대만의 시대정신을 유지한 인사들은 살아남았다. 대표주자인 이인영·우상호 의원을 필두로 유은혜·윤관석·김민기·박홍근·박완주 의원 등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여의도에 복귀했다.

이들 살아남은 86 세대는 지난 수년간 비판받았던 '줄서기' 양상과는 다른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86세대 대표주자 더민주 우상호 의원은 29일 20대 국회 제1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출마선언문을 통해 "20대 국회 첫 해는 야권협력을 토대로 대여전선을 형성하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라며 "야권협력의 정치를 최우선의 과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 의원은 "나는 당내 모든 세력과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며 "'소통하고 지원하는 원내대표'가 나의 슬로건"이라고 내세웠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6 세대에 아쉬운 대목이 왜 누구 참모, 비서만 하고 주류에만 속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냐는 점이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만 일부는 변화하고 발전했다"며 "당대표가 되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그 힘으로 야권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시장과 함께 당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인영 의원도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주도세력의 교체, 주도세대의 교체를 더 미루면 안 된다. 이념 문제로만 둔갑시켜 운동권 정당 탈피를 운운하면서 내부분란만 야기하는 행위는 위험하다"며 "우리는 민주진보대연합, 진보중도대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앞으로 더민주 86 세대가 기존 주류세력과 과감히 결별하고 자신들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세력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86 세대의 한 핵심 측근은 29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86 세대는 협치와 소통의 개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3당 체제 정국 속에서 큰 장점이 될 것"이라며 "20대 국회 개원을 전후로 해서 대대적인 86 세대 회동이 있을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도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차기 대선 경선 전에 86 세대가 세력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하나로 힘을 뭉쳐야 주류로 성장할 수 있고, 차차기 대선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86 세대가 세력화를 시도했던 게 한두 차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86 세대는 지난 201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단일 후보를 내 독자세력화를 시도했지만 후보 단일화 자체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2012년 총선을 앞두고 86 세대는 당시 당 주류인 친노계와 결탁해 '계보정치의 하수인'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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