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위기에 빠진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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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위기에 빠진 절대강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0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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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17)>‘굳건한 30%’ 새누리당과 ‘세계 최고의 인기 구단’ 맨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 뉴시스

붉은색 옷을 입고 각각 4·13 총선 전장과 그라운드를 누볐던 새누리당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상징 색만큼이나 많은 부분이 닮았다. 두터운 지지층과 그에 못지않은 반대 세력이 있고, ‘절대자’의 이미지가 강하며, 조직의 운명을 바꾼 훌륭한 리더가 있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탄탄한 자원을 바탕으로 반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고의 인기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정당이다. 순수한 지지든 반(反) 야당의 반사 효과든 간에, 새누리당은 언제나 야당의 지지율을 상회했다.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내놓은 것은 ‘탄핵 역풍’이 불었던 제17대 총선과 얼마 전 있었던 제20대 총선이 유이했다. 제20대 총선에서도 정당득표율은 33.50%로 1위를 차지한 만큼, ‘최고의 인기 정당’이라는 타이틀은 깨지지 않은 셈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기는 전세계적이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물론, 아시아, 북미 등 대륙을 가리지 않는다. 2015년 6월 영국 브랜드 가치 평가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는 맨유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 클럽으로 평가했고, 박지성 영입 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치러진 맨유 방한 경기에서는 두 번 모두 65000석이 넘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이 모두 채워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높은 인기 덕에 ‘절대 강자’ 이미지도 강하다. 대한민국 선거 지형은 거대 여당을 야당이 어떻게 무너뜨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야권 연대, 대통령 후보 단일화 등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수행하는 이벤트는 절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최후방책에 가깝다. 30%를 상회하는 기본 지지율에 중도보수 유권자까지 끌어가는 새누리당은 언제나 야권의 타도 목표나 다름없었다.

맨유는 말 그대로 프리미어리그의 지배자였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맨유는 23시즌 중 13차례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심지어 맨유가 두 시즌 이상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경우는 아스널과 첼시에게 밀렸던 2003년부터 2006년까지가 유일했다. 그야말로 20여 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왕’으로 군림했던 것이다. 모든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맨유를 타도 대상으로 꼽았음은 물론이다. 

▲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 뉴시스

김영삼과 알렉스 퍼거슨

새누리당과 맨유에는 조직이 ‘롱런’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은 리더가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뛰어난 용인술로 새누리당의 바탕을 닦았다. YS는 이른바 ‘상도동계’로 불리는 인물들을 대거 정계에 진출시켰는데, 제20대 총선을 통해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 상도동계는 새누리당의 뼈대나 다름없는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의원, 이인제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안상수 창원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정의화 국회의장 등 새누리당의 과거와 현재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모두 YS와 인연을 맺었고, 중간에 당적을 바꾸긴 했으나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역시 YS가 발탁한 인사였다. 실제로 제20대 총선을 통해 이들이 힘을 잃자, 새누리당은 ‘인물난’이라는 전에 없던 형태의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도 ‘선수 보는 눈’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퍼거슨의 아이들’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니키 버트 등을 직접 키워냈음은 물론, 피터 슈마이켈, 에릭 칸토나, 데니스 어윈, 로이 킨, 올레 군나 솔샤르, 스티브 브루스,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파트리스 에브라, 마이클 캐릭, 박지성 등 영입 선수들의 성공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17세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영입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키워낸 것은 ‘퍼거슨식 육성’의 정점.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육성해 맨유 성공의 주춧돌로 만드는 퍼거슨 전 감독이 사라지자, 맨유는 3년째 유례없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와 가능성

지난 4·13 총선에서 패한 새누리당의 상황은 지리멸렬(支離滅裂) 그 자체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고, 각 계파 내부에서도 제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는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후보가 없을 정도로 인물난도 심각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차기 대선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말 그대로 위기(危機)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대로 제2, 제3당으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지 기반이 워낙 탄탄한 데다, 조직과 자금력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패배가 보수 여당에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켜 ‘더 강한 보수당’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위기에 빠진 것은 맨유도 마찬가지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한 후,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루이 반 할 감독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4위 진입에 실패,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퍼거슨 전 감독 체제에서 단 한 번도 3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맨유의 최근 세 시즌 성적은 7위 – 4위 – 5위다.

그러나 맨유 역시 팬층이 워낙 두터운 데다 자금력이 풍부해 현재의 위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매년 1억 파운드가 넘는 이적료를 지출할 수 있는 재정 능력과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맨유의 전통은 세계적인 명장들과 선수들의 시선을 맨체스터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당장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팀이 바로 맨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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