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이란 특수?…"신기루 될 수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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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이란 특수?…"신기루 될 수도" 우려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5.0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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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계기로 이란 인프라·에너지 시장의 물꼬가 트이면서 최대 52조 원 규모의 ‘이란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신기루’가 될 우려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이 대부분인데다 안정적인 금융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양국 정상간 협력은 서명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테헤란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이란 첫 정상회담에서에서 경제 분야 59건을 비롯한 총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가운데 MOU와 가계약, 합의각서(HOA) 등의 체결로 수주가 가시화된 인프라·에너지분야 프로젝트 30건의 규모는 총 371억 달러(한화 약 42조 원)에 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371억 달러는 한국 기업의 수주가 거의 확실시되는 프로젝트만 집계한 규모”라며 “양해각서 등이 체결되지 않아 제외된 일부 프로젝트의 2단계 사업까지 포함하면 최대 456억 달러(52조 원)까지 공사수주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철도·공항·수자원 관리 등 인프라건설 사업 7건(116억2000만 달러) △석유·가스·석유화학 등 에너지 재건 사업 9건(178억 달러) △발전소 건설 10건(58억 달러) △병원 건설 등 의료 분야 4건(18억5000만 달러) 등이다.

이 같은 성과는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3일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123억 달러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21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절반(-44%)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발주 축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란 발주시장이 국내 건설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체결을 두고 청와대가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의 협력 수준이 본계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청와대가 371억 달러 수주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30건의 프로젝트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가계약 2건(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 박티아리 수력발전) △일괄 정부계약(GA) 1건 △업무협력 합의각서(HOA) 3건 등 총 6건에 불과하다. 국내기업이 일본이나 중국 자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체결은 단순히 서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란은 그동안의 경제제재로 재정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공사를 직접 발주하기 보다는 시공사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계 수주를 요청하고 있어, 정부의 안정적인 금융조달 없이는 본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MOU 체결만으로는 향후 수주 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워 현재로서는 회사 차원 홍보에 나서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란 시장 내 국내건설사간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발 발주급감으로 인해 경쟁적으로 일감 찾기에 나선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서 저가수주 전략을 펼친다면 특수는커녕 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며 “국내기업 간 사전 조율과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수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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