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아스널]절대강자와 경쟁해온 2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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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아스널]절대강자와 경쟁해온 2인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0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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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18)>‘제1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전통의 2인자’ 아스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더민주당과 아스널은 ‘2인자’ 이미지가 강하다. 새누리당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밀려 번번이 좌절을 맛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 모두 ‘절대강자’를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이며, 실제로 패권을 손에 쥔 적도 있을 만큼 저력이 강하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르센 벵거 감독처럼 명확한 철학을 지닌 리더를 보유했던 점도 공통점이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 뉴시스

강력한 2인자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의 합당으로 만들어진 거대 보수당(민주자유당) 등장 이후, 더민주당(전신 포함)은 대한민국 정계의 부인할 수 없는 2인자였다. 제14대 총선부터 제20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7차례의 총선 중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선거는 ‘탄핵 역풍’이 불었던 제17대 총선과 ‘제3당 돌풍’에 힘입은 제20대 총선밖에 없었고, 1987년 체제 수립 이후 치러진 6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더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양당 체제가 아닌 1.5당 체제’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찌됐건 일본과 같은 1당 독주 체제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견제 세력으로서의 더민주당 역할이 컸다. 완벽한 양당 체제를 구축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언제든지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는 ‘저력’을 과시함으로써 건강한 긴장 상태를 만들었던 셈이다.

아스널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 부임 이후 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1997-98년, 2001-02년, 2003-04년 시즌까지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긴 했으나 맨유의 13회 우승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심지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단 한 차례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스널도 맨유를 끊임없이 위협한 라이벌이었다. ‘킥 앤 러시’가 유행하던 프리미어리그에 ‘패스 앤 무브’를 중심으로 볼을 소유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도입, 트렌드를 선도했고, 유망주 육성 중심의 팀 구성으로 한때는 프리미어리그에 ‘아스널 따라하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인수해 ‘오일 머니’를 풀기 전까지, 맨유의 왕좌를 노릴 수 있었던 유일한 팀이 아스널이었다.

노무현과 아르센 벵거

더민주당과 아스널에는 뚜렷한 철학을 지닌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르센 벵거 감독이라는 리더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더민주당과 아스널의 지지층은 이들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해보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야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뜻있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득권 타파와 탈권위를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은 정치 인생 내내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정치인이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그는 기득권에 맞서는 야성 넘치는 ‘파이터’였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친근하고 소탈한 리더였으며,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옆집 할아버지’였다. 대통령 재임 시절의 성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없지 않으나, ‘인간 노무현’에 끌린 사람들은 아직도 ‘친노’라는 세력을 형성해 그를 기억하고 있다. 

▲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 뉴시스

“나의 목표는 트로피 수집이 아니라 5분이라도 아름다운 축구가 지속되는 것이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아스널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벵거 감독은 명확한 철학으로 많은 축구 팬들의 지지를 받는 감독이다. 그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 선수단을 구성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반발하며, 언제나 어리고 저평가된 선수들을 영입해 자신이 육성시키는 쪽을 택한다. 또한 ‘축구는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 아래 승리를 위한 수비적인 축구를 지양하고 화려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벵거 감독 부임 이후 아스널의 팬이 된 사람들은 흔들림 없는 그의 철학에 감화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2인자의 딜레마

양자 모두 2인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점도 같다. 더민주당은 매 선거 때마다 내홍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당의 철학과 이념에 반하는 행위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극단적으로는 철학과 이념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쪽과 전통적으로 야당이 견지했던 바를 지켜야 한다는 쪽이 갈등을 빚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대표 추대 논란’ 역시 이런 맥락이었다.

아스널도 마찬가지다. 우승 탈환 최적의 기회로 여겨졌던 올 시즌에도 무관이 확정되면서, 아스널 팬들 사이에서는 ‘벵거 경질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일(한국 시각) 있었던 노리치와의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를 관람하기 위해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 중에는 ‘Time For Change’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반대의 주장도 있다. ‘Boring Arsenal’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아스널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팀으로 만들고, 3차례의 리그 우승과 6번의 FA컵 우승 등을 차지한 그를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스널 또한 ‘철학과 성적’의 괴리로 고민에 빠진 셈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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