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주]대림산업, 업계서 유일한 '가계약'…“신뢰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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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주]대림산업, 업계서 유일한 '가계약'…“신뢰 덕”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5.1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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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가계약’을 유일하게 체결하며 타 건설사 대비 뚜렷한 수주 가능성을 보여준 대림산업이 그동안 이란에서 쌓아온 신뢰에 업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시공한 이란의 카룬댐 ⓒ 대림산업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국빈 방문을 통해 마련했다는 최대 52조 원(456억 달러)규모의 수주 발판을 놓고 ‘속 빈 강정’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가계약’을 유일하게 체결하며 타 건설사 대비 뚜렷한 수주 가능성을 보여준 대림산업이 그동안 이란에서 쌓아온 신뢰에 업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분야 59건을 포함, 총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프라 건설과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가계약 체결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 달러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포함하면 최대 456억 달러 까지 수주금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의 발표는 실제로는 ‘속 빈 강정’, ‘뻥튀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청와대가 371억 달러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30개의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가계약 2건과 일괄 정부계약(GA) 1건, 기본계약 (HOA) 등 6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양해각서의 경우 앞으로의 사업 추진과 자금조달 성공 여부 등에 따라 언제든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의 한 언론에 따르면 이란 건설 분야 공기업 CDTIC의 알리 누르자드 최고경영자는 대우건설이 이달 초 MOU를 체결한 15억 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공사의 사업 추진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우건설이 넉 달 안에 MOU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면 이란 현지 건설사와 계약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지난 9일 현대건설은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17억 달러 규모의 파바하르-자헤단 철도공사와 6억 달러 규모의 아네흐-타브리스 철도공사 등 2건의 MOU를 체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MOU 체결 직전 일부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일정이 연기된 탓이다. 이 두 사업은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양해각서(MOU) 대상 사업지로 소개된 바 있다.

이처럼 “371억 달러는 수주가 확실시되는 사업만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이라던 청와대의 홍보가 다소 부풀려진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가계약 형태로 사업을 추진 중인 대림산업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프라 건설과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 가운데 가계약이 체결된 공사는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과 ‘박티아리 수력발전’(19억 달러) 2건에 불과하다. 이 2건 모두 대림산업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대림산업이 이처럼 타 건설사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에도 이란과의 끈을 놓지 않고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 덕분이었다는 평이다.

대림산업은 이란에서 해외건설 사업을 처음 추진한 건설사다. 1975년 5월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이란에 진출한 대림산업은 지난 40여 년간 총 26건(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체가 이란에서 올린 실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대림산업이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수행한 캉간 가스정제공장 건설공사는 이란에서의 신뢰를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란 국영석유회사에서 발주된 이 공사는 해발 734m의 고원지대에 천연가스 일산 3400만㎥를 정제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고난이도 사업이었다.

이 현장의 최대 난제는 1980년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이었는데, 당시 이라크군의 공습으로 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경우가 잦았다. 1988년 7월1일에는 한국인 근로자 1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기에 이르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력을 조기에 철수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대림산업은 이란 정부에 약속 이행 의지를 전달하고 그해 10월 공사를 재개했다. ‘피를 나눈 형제’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닌 이유다.

대림산업이 이번 이란 순방에서 타 건설사보다 우수한 사업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하며 인정받은 기술력이다. 1994년 착공해 2001년 완공된 카룬댐 건설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룬댐은 길이 480m의 사력댐을 축조하는 프로젝트로, 댐의 높이가 177m에 이르고 저수용량은 2억3000만 톤 규모에 이르는 등 당시 이란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였다.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강댐의 10배 크기에 달한다. 특히 카룬강 고다협곡의 돌산을 깎아 만든 석재들을 댐을 쌓는데 활용해 ‘산을 옮겨 댐을 건설한’ 현장으로 남았다. 이 외 사우스파스 프로젝트(1, 6~8단계)에도 참여했다.

대림산업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가해진 2010년 이후에도 유일하게 한국인 직원을 이란 지사에 남기는 등 그동안 축적해온 신뢰를 줄곧 이어왔다. 이는 최근 경제 제재 해제로 빗장이 풀린 이란 건설시장에서 대림산업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가계약을 체결한 2건의 공사 외에도 천연가스액 플랜트(NGL-2300) 건설(9억 달러) 수주가 논의 중이다. 언급된 3건의 프로젝트가 본계약까지 이어질 경우 대림산업의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인 3조4000억 원의 2배에 달하는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가계약이라고 해도 본계약까지 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조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면서도 “그동안 대림산업이 이란을 상대로 쌓아온 신뢰가 향후 빗장 풀린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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