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계파 챙기기 ‘급급’…‘도로 친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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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계파 챙기기 ‘급급’…‘도로 친박당’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11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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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당대표 친박계 ‘싹쓸이’ 가능성...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 뉴시스

‘친박의 귀환’이다. 총선 참패를 기점으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던 친박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구심점을 마련하지 못한 비박계가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지리멸렬(支離滅裂)하는 동안, 친박계는 물밑에서 조용히 우위의 구도를 만들어 놓은 모양새다.

지난 3일 새누리당은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정 원내대표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4선 의원으로,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특히 그는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총 119표 중 69표를 얻어 결선 없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새누리당의 ‘대주주’가 친박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는 의미다.

이어진 원내지도부 구성을 보면 친박계의 ‘시나리오’를 짐작할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공동 원내대변인에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당선자, 공동 원내부대표에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이양수 당선자와 최경환 의원 비서실장 출신의 강석진 당선자, 최 의원의 대구고 후배 이만희 당선자 등을 선임했다. 원내부대표단 가운데 비박계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는 오신환 당선자와 김성원 당선자가 유이하다.

지난 9일 있었던 당선자 총회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시점을 전당대회 이후로 못박았다. 현재 새누리당 복당을 희망하고 있는 무소속 당선자들은 대부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비박 찍어내기’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비박계 의원들이다. 더욱이 그들 가운데는 비박계의 구심점이자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승민 의원이 포함돼 있다.

정 원내대표의 말대로 복당 결정이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진다면,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 ‘신(新)박’ 원유철 의원, ‘원조 친박’ 이정현 의원,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 ‘계파색 옅은 친박’ 이주영 의원 등 친박계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차기 당대표 경쟁에 변수가 사라지게 된다.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물론, 당대표와 최고위원도 친박계 일변도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정 원내대표 당선이 확정된 직후 현장에서는 ‘친박이 움직인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결선투표도 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결정된 것은 친박계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 현장에 있던 한 비박계 인사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총선을 통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여전히 계파 지분 챙기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11일 당사 앞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스스로를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60대 남성은 “선거 지고 정신 좀 차리나 했는데 똑같다”며 “친박 꼴 보기 싫어서 새누리에 표 안 줄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범친박계로 표현하지만, 사실 정 원내대표 집안은 아버지 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집안”이라며 “정 원내대표 당선 자체가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박계가 힘을 쓸 여지가 없다”면서 “유승민 의원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친박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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