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오너와 환율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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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오너와 환율 담합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5.1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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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면죄부 받았다고 반성조차 없는 신라와 롯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담합은 했는데 이득 본 것이 없다. 그래서 시정명령만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년간 환율 적용시기 담합을 한 8개 면세점을 대상으로 내린 판결이다. 어처구니없는 판결로 공정위는 비난의 포화를 맞고 있다.

해당 업체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글로벌, 롯데디에프리테일,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 한국관광공사 등 8개 사업자다.

이들 8개 면세점 사업자들은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연락 등을 통해 국산품 적용환율 및 그 적용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적용환율은 면세점 사업자의 이득과 손실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10만원짜리 제품을 달러당 900원으로 적용하면 111달러, 1000원에 적용하면 100달러가 된다. 국내 가격은 전혀 변동이 없지만 적용 환율에 따라 111달러를 받을 수 있고, 100달러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적용환율이 시장환율보다 높다면 내국인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되며, 반대로 시장 환율보다 낮으면 고객이 이익이다. 담합기간 63개월 중 38개월(60.3%)은 환율 담합으로 면세점이 환차익을 보고 나머지 40%는 환차손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환율담합은 신라와 롯데가 주도로 2007년 1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8년 3월에 동화, 워커힐(SK네트웤스)이, 2009년 2월에는 한국관광공사가 가담했다.

공정위는 이들 사업자들에게 과징금을 한 푼도 부과하지 않고 검찰고발도 없이 시정 명령만을 내렸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비난의 십자포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을 돌려보자. 공정위는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환율담합에 가담한 8개 면세사업자에는 왜 관대한가? 그것도 처음 주도적으로 진행한 신라와 롯데는 면죄부를 받고 편안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현재 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각 사의 면세점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환율담합을 진행하던 2007년부터 2012년 당시 이들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경영전략담당 상무를 역임하고 호텔신라 사장을, 신동빈 회장은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롯데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7월 신규면세점 전쟁에서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신라’라는 이름으로 면세사업권을 획득했다. 특히 이 사장은 7월 9일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서 주최된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 기업 PT 장소서 PT를 앞둔 HDC신라면세점 관련자들에게 떡 상자를 손수 들고 나와 돌릴 정도로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공을 들였다. 지난 3월 25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오픈식에도 이부진 사장이 직접 참여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해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소공점과 잠실월드타워점 두 곳을 수성하기 위해 총수가 직접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렇듯 이부진 사장과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운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진행한 한율담합을 몰랐을리 없으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들은 환율담합에 적발되고도 면죄부를 받았다는 이유로 사과 한마디 없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하다.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다.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로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없는 걸까. 분명 환율담합으로 소비자들은 손해를 봤다. 그런데도 ‘뒷짐’이다. 롯데는 올해 연말에 결정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승인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신라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많지만 참여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들이 또 추가적으로 면세점 면허를 획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성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추가로 면세점 사업권을 준다면 기고만장하고 또 담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황당한 면죄부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면죄부를 받았다는 이유로 반성을 모르는 이들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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