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박지원 원내대표의 무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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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 박지원 원내대표의 무력감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5.1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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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호남 연정론' 자충수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청와대-여야3당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두고 흔히 '노력한 책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호남 연정론'이라는 자충수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으로 당 지역 기반이 흔들리면서, 신임 원내대표의 정치력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내 만장일치로 합의추대된 데는 '3당체제에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에 있어서도 박 원내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됐다. 원내지도부만 3번 이끈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하려면 그만큼 중량급 인사여야 대외 협상에서 밀리지 않으리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초 기대에 부합할 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호남참여 연정론 언급으로 국민의당 지지기반까지 흔들어놨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그분들이 국민의당 정체성을 인정하고 오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전제조건이 달렸지만, 연정 대상이 같은 야권인 더민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폭삭 내려앉았다. 

연정론 논란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새누리당 대권 후보설'로 번지면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태규 비례대표 당선인 등 친MB 인사가 안 대표 측근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과 맞물린 결과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직접 "언론에서 자꾸 새누리당과 연정론을 거론하는데 우리 입장이 난처하다. 제발 거론하지 말아달라"며 읍소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안철수 대표가 직접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정체성이 다르다. 대선후보로 새누리당은 절대 안 간다"고 일축했다.

박 원내대표가 지핀 불에 위기감을 느낀 안 대표가 전면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 지역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호남지역 제1당의 신임 원내지도부로서 첫 수행과제였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에 있어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선전하면서 야권의 최대 현안인 5·18 기념곡에 이목이 쏠렸지만, 결국 기념식 이틀 전에 보훈처에서 합창 유지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박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더민주당과 공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곡으로 할 수 있도록 했고,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20대 국회에서 내겠다"면서 "기념곡 한번 제창도 성취시키지 못한 청와대 회동을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물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불발된 책임을 박 원내대표에게만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원내대표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자가 지난 18일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정치인들 뽑아줘봤자 되는 게 없다. 청와대에서 막는다고 제창도 결국 무산됐지 않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60대 남성 역시 "청와대 때문에 안 됐다, 새누리당 때문에 안 됐다는 말은 누가 못하나. 결과로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9단 박 원내대표의 무력감이 느껴지는 건 기자 뿐일까?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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