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선택]복당이냐, 외부세력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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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선택]복당이냐, 외부세력화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2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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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복당해도 세력화 어려워...‘TK의 적자’ 타이틀 포기는 부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복당 신청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주호영 의원 ⓒ 뉴시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총선 패배에서 비롯된 위기의식도 당권 욕심을 막지 못했다. 이제 새누리당의 당내 갈등은 자정(自淨)이 가능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는 26일 싱크탱크 발족을 앞둔 정의화 국회의장이 보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상상하기 어렵던 여권 분열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러다 보니 유승민 의원에게 시선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한 그는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이미 국민의당을 비롯한 중도보수 세력은 유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유 의원의 행보는 여당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재 유 의원의 외부세력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복당 신청 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유 의원이지만, 주변 환경이 그를 선택의 갈림길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전에 복당은 없다”며 사실상 유 의원의 당권 도전을 봉쇄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친박계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무산시키며 당권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

더욱이 조해진·류성걸·권은희 의원 등 자신의 측근이 모두 낙선한 반면, 지난 총선을 통해 대거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친박계는 과반을 훌쩍 넘는 당내 지분을 확보했다. 새누리당 복당 자체도 쉽지 않지만, 복당에 성공하더라도 세를 불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현 상황에서 새누리당 복당은 그야말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결단이나 마찬가지다.

자연히 유 의원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는 충고가 들린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정의화 국회의장,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과 손을 잡고 보수 신당을 창당할 경우 상당한 폭발력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에서 설 자리를 잃은 비박계 의원들이 가세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 친박계가 헤게모니를 틀어쥔 새누리당에 복당,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세력화를 노리는 쪽이 대권 도전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구·경북(TK)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유 의원이 새누리당을 버리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지역주의 붕괴 기미를 보였던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TK 지역은 25석 중 21석을 새누리당에게 허락했다. 유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새누리당 복당’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23석이 여당 몫이었던 셈이다. 대권을 노리는 유 의원이 ‘새누리당의 TK의 적자’라는 타이틀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새누리당 안에서’ 권력 투쟁을 벌이는 쪽이 대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권력 구도에서는 복당한다고 해도 운신의 폭이 너무 좁기 때문에 신당 합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면서도 “유승민 의원의 지지 기반이 TK 지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지보다는 그래도 새누리당 복당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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