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첫 공개된 미청구공사 두고 ‘시끌시끌’
스크롤 이동 상태바
건설업계, 첫 공개된 미청구공사 두고 ‘시끌시끌’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5.26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올 1분기부터 적용된 수주산업 회계처리지침에 따라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잔액 규모가 공개되자 ‘잠재폭탄’이 드러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뉴시스

올 1분기부터 적용된 수주산업 회계처리지침에 따라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잔액 규모가 공개되자 업계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미청구공사액이 적지 않을뿐더러, 상당 부분이 중동 현장에서 집계돼 ‘잠재폭탄’이 드러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반면, 미청구공사는 해외공사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단순 금액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청구공사 규모 공개…“투자자 보호” vs “경쟁력 약화”

지난해 12월 한국회계기준원은 건설사 총 매출액의 5% 이상 차지하는 수주계약은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 사항에 진행률과 미청구공사 잔액, 대손충당금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수주산업 회계처리지침을 심의 의결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대금을 말한다. 발주처와 건설사 간 공정률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발주처와의 협의가 차질을 빚어 누적된 미청구공사 금액을 준공 이후에도 받아내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공사 진행률과 미청구공사 잔액의 수준을 공개하면 건설사들이 매출액을 과대 계상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 이번 회계기준 강화의 목적이다.

강화된 회계기준을 두고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지침에 따를 경우 수주 계약에 대한 민낯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업계는 사업장별로 해당 내용을 공시하면 발주처는 물론 해외 경쟁사들에 원가 내역이 노출돼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으나 투자자 보호 논리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청구공사, 대규모 손실인식 위험 ‘여전’

결국 최근 공시된 올 1분기 보고서 재무제표 상에는 지침에 따라 미청구공사 잔액 등이 공개됐고, 최근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미청구공사와 관련한 손실 인식 위험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해외 저가수주 등에 따른 건설업계의 실적부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여겨졌지만,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까지 주요 건설사들의 연결기준 미청구공사 금액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 4조2491억 원 △GS건설 2조2595억 원 △대우건설 2조1447억 원 △삼성물산 1조6410억 원 △대림산업 1조2143억 원 등이다. 이들의 총 미청구공사액만 11조557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 합계(10조914억 원)보다 6%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미청구공사 금액이 많은 준공 임박 현장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건설의 카타르 국립박물관 공사는 이달 29일 준공(진행률 99%)을 앞두고 있지만 미청구공사 금액은 1211억 원에 달한다. GS건설의 라빅 프로젝트도 다음 달 말 준공예정(진행률 94.9%)이지만 1272억 원의 미청구공사가 남아있다. 이 같은 현장에서는 발주처와의 협의에 차질이 생긴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주요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잔액 총액 중 60~70% 이상이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경기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 될수록 중동에서 집계된 미청구공사 금액이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업장 별로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리스크 평가가 힘들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청구공사액과 미수금의 총액이 기 매출액의 30%가 넘는 현장을 주시해야 한다”며 “해당 현장에서 반드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기별 미청구공사액과 미수금 비중의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장은 △대우건설 3곳 △현대건설 2곳 △삼성엔지니어링 2곳 △GS건설 1곳 등이다.

현대증권도 미청구공사와 관련한 분석 틀을 제시했다. 계약 공사기간이 임박한 현장 중 도급액 대비 잔존 매출채권(미청구공사+미수금) 비중이 높은 사업의 경우 공기지연 리스크가 있고,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열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남미와 중앙아시아 국가, 이라크 등에서 진행률은 높지 않지만 완성공사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큰 사업장들이 존재한다”며 “대부분 발주처 사정에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고 있고, 향후 운전자본 부담으로 매출인식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중론도 제기…“확대해석 경계해야”

다만 미청구공사로 인한 추가 손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미청구공사 금액을 손실로 인식하고 있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을 건설업계의 경우 미청구공사 금액을 모두 잠재적인 손실로 확대 해석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량이 많을수록 미청구공사 금액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미청구공사라고 해서 무조건 손실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의 원가 투입 시점과 발주처의 대금 지급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청구공사액이 대규모인 경우가 일반적이다”라며 “마일스톤 방식의 계약으로 인해 준공 완료 이후 인도 시점에 미청구공사 대금의 대부분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공시된 건설업계의 미청구공사와 관련, 단순 금액으로만 위험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체 매출에서의 비율과 원가율 추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준공 임박 현장의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은 오류”라며 “원가 투입이 끝난 현장에서 추가원가의 보상을 요구할 경우, 클레임 타결 전까지는 계약고 내 정상 미수금도 미청구공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협의가 타결될 경우 미청구공사는 바로 현금으로 회수돼 이익에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