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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기득권 사회…그래도 희망"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81)>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2016년 05월 27일 (금) 윤종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사진=국민대 정치대학원 제공

지난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돌풍을 일으켰다. 많으면 25석 정도를 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무려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우뚝 섰다. 특히 비례대표 지지율에서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국민이 이처럼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무엇보다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기존 정당들과 다른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이다. 지난 24일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 강연에서 ‘한국 정치의 재구성’을 얘기했다.

72학번인 천정배 대표는 자신이 대학 시절 읽은 ‘폴 사뮤엘슨’ 교수의 저서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다.

“사무엘슨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1961년 판에는 소련이 1984년이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다 1980년 판에서는 소련이 2002년에 미국을 추월해서 2012년에는 확실히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주의 진영의 최고 경제학자도 그렇게 봤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몇 년 전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하버드 대학 교수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읽었는데 과거 빠른 성장을 했던 아르헨티나가 주저앉은 것은 착취적 경제구조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수만 참여해서 소수만 가져가는 착취적 구조였다는 거다. 반면 성공한 나라들은 많은 대중들이 함께 참여하고 기여도만큼 과실을 가져갈 수 있는 포용적 구조였다. 착취적 경제구조와 포용적 경제구조는 각각 착취적 정치제도와 포용적 정치제도와 연결된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다원성과 대중의 의사결정 참여가 보장되고 이를 통해 통합이 가능하도록 한다. 착취적 정치제도는 그 반대인데 이런 제도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예가 아르헨티나와 소련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은 어떤가? 착취적 정치제도이기 때문에 못 산다.”

천 대표는 얘기를 우리나라로 돌렸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 1962년 1인당 국민소득이 70불 정도였는데 현재 3만 불에 근접했다. 내가 1954년생인데 동년배들은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에서 사망하는 최초의 인류가 되는 셈이다.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Power Parity)'만을 놓고 볼 때 올해 우리나라가 일본을 추월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경제적으로 발전했다고 느끼는가? 우리가 구매력평가에서 앞선 건 일본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3불(不)’ 구조다.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 불안 세가지를 말한다. 내가 10년 전 법무부장관을 할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노인자살, 노인빈곤, 임금격차, 출산율이 최악이고 극소수 기득권 세력의 독점·독식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탐욕이 제어되지 않는다. 극히 일부 사람에게만 좋은 나라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사진=국민대 정치대학원 제공

“지금 조선‧해운 기업들이 어려운데 우리나라의 4대 재벌 빼고는 이미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하는 데 걱정이다. 구조조정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부실 책임자인 기업주, 은행 등 금융기관, 정부 관계자들이 책임 질 것인가? 결국 그렇지 못하다는 게 그 동안 사례다. IMF 때 공적자금을 들어부었는데 기업주와 임원들이 책임을 졌는가? 2004년 집권당(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에 ‘신용불량자’ 문제가 심각해서 이들을 지원해서 회생시키려는 생각으로 알아보니 그 때 돈으로 3조면 200만 명을 건져낼 수 있고 5조면 뒤집어 쓸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3조 정도만 쓰려고 해도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라면서 반대가 심하다. 그런데 기업 회생시키는 데는 100조 200조를 쓴다. 이상하게 기업에는 그런 소리를 안 한다.”

“고도성장이 벽에 부딪혔다. 김대중 정부 때 연 성장률이 5%였다. 노무현 정부 때는 4%였다. 이명박 정부 때는 3%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2%대다. 다음 정권 때는 1%대로 가다가 성장률 제로가 될 것이다. 소위 보수 세력이 흔히 하는 말로 ‘아르헨티나 꼴 난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그러면서 정치개혁을 얘기했다.

“법조계, 거기서 무슨 개혁의 싹이 자라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 사회도 양극화 되고 기득권 세력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어떤 분야를 봐도 기득권이 강화되는 등 스스로 개혁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 정치만이 희망이다. 지금 정치권이 잘 하고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인데 국민에게 희망이 있다.”

“올해가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인데 1980년만 해도 군인들의 쿠데타가 가능했다. 실제로 국민이 주인이라고 할 수 없던 시절이다. 1971년 박정희-김대중 선거에서 부정선거 문제는 제쳐두고 개표만 제대로 했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때 섬에서 투표함 싣고 목포로 오는데 중간에 바다에 버리고 새 것을 가져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권력과 돈으로 민의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니까 국민이 포용적 정치제도를 만들 수 있다. 국민이 좋은 정당과 대통령을 선택하면 국회에서 법과 제도 통해서 개혁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정치만이 희망이다.”

“한국 정치는 그 동안 거대 양당 체제에서 극단적 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나는 새누리당에 적대적이었는데 요새 보니 새누리당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 보수지만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새누리당 주도세력은 수구냉전 특권세력이다. 지금의 불평등 해결보다는 독점과 탐욕 편에 선 사람들이다. 야당은 일반 국민 밖에서 ‘자기 기득권화’, ‘자기 패권주의화’ 되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그 세력이 잡고 있다. 지금은 양극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주고 소통하고 타협해야 한다.”

천 대표는 이날 ‘호남’을 얘기했다.

“나는 호남 출신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호남은 민주주의와 인권, 개혁에 희생을 치르면서 앞장 서왔다. 나는 ‘호남주도 정권교체’를 말했다. 지역주의를 하자는 건 아니다. 앞에서 얘기한 대한민국 3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를 새롭게 잘 만드는데 호남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호남은 차별받고 푸대접 받았다. 호남과 다른 지역 간 격차가 엄청나다. (그럼에도) 호남은 경제적·사회적 희생을 치르면서 개혁에 앞장서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희생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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