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권 접고 국회의장 올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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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대권 접고 국회의장 올인한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5.3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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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대권 욕심을 일단 접고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직에 올인(All-in)하는 모양새다. 정 의원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여권의 거물 오세훈 전 서울시장(새누리당)을 꺾고 6선 반열에 올라, 대선 주자의 위상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 인사다. 그의 궤도 수정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의회 권력을 지키겠다'는 출사표 던질 듯

▲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 ⓒ 정세균 의원실

정세균 의원은 지난 30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회의장에 도전할 각오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20대 국회는 국민들이 여소야대를 만들어 야권에 의회 권력을 맡겼다. 야권에서는 더민주가 의석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국회를 만들 책무가 더민주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되면 대권은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또한 정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왜 대권에 도전하지 않느냐'고 묻자, "더민주가 의회권력을 잡은 상황에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19대 국회처럼 또 욕을 먹게 되고, 그 책임은 우리 당이 져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머잖아 '의회 권력을 지키겠다'며 국회의장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주변에 공언한 것이다.

이는 4·13 총선 전 발언과 대비된다. 정 의원은 지난해 정청래 전 의원이 진행했던 팟캐스트 방송에서 "종로구에서 재선한다면 대선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대권 도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대망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정 의원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큰 정치인으로 통한다. 하지만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는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8.46% 득표율에 그쳐 문재인(46.76%), 손학규(26.02%), 김두관(18.76) 등 다른 후보와 큰 격차를 보이며 패배한 바 있다.

호남 출신(전북 진안)이라는 점도 정 의원의 발목을 잡는다. 전북 맹주 자리를 놓고 한때 혈투를 벌였던 라이벌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전북 순창)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에게 압도적으로 참패한 역사를 그는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다른 속내를 품고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대망'으로 가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것이다.

'개헌'→'복당'→'총리'

'우회로'란 '개헌'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차기 대권 주자들이 대통령의 힘을 빼는 개헌에 동의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개헌 방법론으로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이 거론되는데, 모두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는 대신 총리 권한을 격상시키는 내용이다.

그러나 2017년 대선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어느 대선 주자든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고, 누가 정권을 잡든 임기 초반에 개헌을 필두로 혁신과 개혁의 구호를 외칠 가능성이 높다. 20대 국회 상반기에 개헌이 화두가 될 공산이 크다. 만약 개헌이 실현된다면, 이를 통과시킨 국회의장은 30년 만에 1987년 체제를 허물었다는 업적을 얻게 된다.

현행법상 국회의장의 임기가 2년임을 감안하면,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이 임기를 마치고 복당하는 시점은 2018년 6월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의 새지도부 선출 직전이다. 더민주는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지도부 임기는 2년으로,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다음 전대는 2018년 8~9월 개최될 전망이다.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하에서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원내 제1당 대표나 여당 대표가 지명되는 게 일반적이다. 더민주는 20대 총선을 통해 제1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더민주의 한 핵심 중앙당직자는 지난 30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정세균 의원이 개헌 이후 총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돈다. '의회 권력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를 요즘 들어 주변에 부쩍하고 있으니 나오는 말 같다"며 "전직 국회의장이 당권을 잡거나, 총리 업무를 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1987년 체제를 깼다는 공로가 있으니까 (희석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그간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헌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2·8 전대 직전,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제에 대해 의원들의 견해가 갈리는 것은 절충하면 된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총리는 내치를 맡으면 된다"며 "총리를 대통령 임명이 아닌 여당 대표가 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면 총리 권한이 커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의장 임기 연장'

아울러 개헌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정세균 의원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장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안팎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의장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국회의장을 명실상부한 의회의 대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장 임기를 국회의원과 같이 4년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기가 연장되면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권한이 강화되면서, 그 위상도 대통령 못지않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더민주 당직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외곽에서 정치 결사체를 만들면서 '국회의장->정계은퇴' 공식이 사실상 깨졌다"며 "임기가 4년으로 연장되면 그만큼 의장의 권한이 세지고, 후일을 도모하기에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한편,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법정 선출 시한은 오는 6월 7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이 자리를 맡을 공산이 크다. 정세균 의원과 함께 6선의 원로 친노(친노무현) 문희상 의원이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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