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눈물 외면하며 ‘돈만 쫓는’ 유한킴벌리
스크롤 이동 상태바
소녀의 눈물 외면하며 ‘돈만 쫓는’ 유한킴벌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6.02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휴지로 신발깔창으로 생리대 대신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아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한 학생이 일주일 동안 결석을 하자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생리하는 일주일 내내 수건을 깔고 누워있다고 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선생님은 제자와 함께 엄청 우셨다고 한다.”

저소득청소년들이 비싼 생리대 가격으로 아픔을 겪고 있다는 이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이 SNS를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돈이 없어 휴지로, 신발 깔창으로, 수건으로….” 고백과 전해들은 마음이 아픈 사연들이 인터넷을 울리고 있다.

이같은 사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인상 전 후다. 유한킴벌리는 ‘돈만 쫓는’ 기업이라는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생리대 가격 인상은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의 인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달 23일에 6월부터 생리대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올라왔고, 이에 비난이 들끓자,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좋은느낌 오버나이트’에 대한 가격 인상을 철회하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6월부터 출시되는 신제품은 7.5%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히며, 비난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유한킴벌리 측은 “프리미엄 소재와 새로운 흡수기술 적용 등으로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같은 설명은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생리대의 원재료인 펄프와 부직포 가격은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각각 29.6%, 7.6% 떨어졌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생리대 가격은 25.6%나 올랐다. 동일한 재료(펄프)를 사용하는 화장지와 기저귀 값은 각각 5.9%와 8.7% 오르는데 그쳤다. 펄프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인상 폭이 차이가 나도 너무도 난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을 꾸준히 올려왔다. 2011년 평균 5.5% 올린데 이어 2013년에도 전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평균 7.9% 정도 인상했다.

이렇게 가격을 올려 남긴 금액은 주주들의 뱃속을 채우는데 사용됐다. 한국소비자협의회가 최근 5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000억원과 1764억원으로 2011년 대비 각각 16.5%, 30.4% 늘었다. 배당성향은 평균 88.1%로 제조업 평균 20.4%의 4배가 넘는 규모다. 2015년의 경우 1407억원의 당기순이익에 13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순이익의 대부분을 챙긴 것이다.

결국은 이같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정책으로 돈 없는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털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유한킴벌리가 비난 받는 이유다.

한국청소년연대는 “유한킴벌리는 여성과 어려운 여성 청소년들을 상대로 생리대를 팔아 번 돈으로 어떤 공익활동을 해왔는지, 앞으로 그럴 계획은 있는지 설명하라”고 따져 물었다.

현재 생리대 가격은 36개 들이 중형기준으로 평균 6000~9000원 선이다. 누구한테는 몇 천원이 푼돈일지 몰라도 누구한테는 엄청 큰돈이다.

“당장 1000원이 없는데, 적어도 몇 천원은 하는 생리대를 어떻게 삽니까.”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의 말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그날’,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생리대다.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 생리대. 그런데 누구에게는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리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학교에 결석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휴지 같은 것으로 대체하다보면 옷에 묻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 때부터 이런 학생들을 봐 왔다.”

지난 1일 17살의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증언이다.

이 학생은 또 “보건실에 반복해서 생리대를 받으러 갔다가 여자애가 이런 것도 안 갖고 다니냐”고 면박을 받은 사례도 소개했다. 그 학생은 돈이 없어서 생리대를 사지 못했던 것이다. 한참 예민한 사춘기 시기에 “돈이 없어 생리대를 사지 못했다”는 말은 모멸감과 수치심으로 차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생리대 문제로 고통 받는 청소년은 통계조차 없다. 다만 저소득층 청소년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6000~9000원이나 되는 생리대를 매달 구매하기에는 너무도 비싸다는 지적이다.

잦은 생리대 가격인상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으나, 당사자인 유한킴벌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터부시돼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웠던 이 문제가 고통 받는 청소년들의 사연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이제는 인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번 생리대 가격 인상 요인으로 프리미엄 소재와 리뉴얼, 신기술 적용을 들고 있다. 이같은 변명을 믿으라고 한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제품에는 형편없는 소재와 기술을 적용해서 각종 품질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최근의 유한킴벌리 제품에 대한 품질문제를 살펴보자.

지난 4월 7일 ‘좋은느낌 생리대에서 2가지 종류의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곰팡이가 핀 것으로 추정되는 생리대 사진이 올라왔다. 유한킴벌리 측은 회사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앞서 2013년에도 좋은느낌 생리대에서 푸른곰팡이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곰팡이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제조 과정상 절대로 곰팡이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1월에는 유한킴벌리 하기스 기저귀 포장지에서 담배꽁초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유한킴벌리 측의 해명이 황당했다. “만약 아기 혈액에서 니코틴이 검출되면 보상하겠다”고 답변한 것.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유한킴벌리의 우리나라에서 공익활동과 국부유출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공익활동이 거의 ‘0’나 다름아니다.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기부금은 매출액 대비 0.1% 수준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5조483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4년간 기부한 금액은 고작 85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0.15%다.

여기에 유한킴벌리의 최대주주인 킴벌리클라크는 매해 기술사용료도 유한킴벌리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2012년부터 3년간 지급받은 기술사용료만 총 999억원이나 된다.

유한킴벌리는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무상 국고보조금도 받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도 일고 있다. 2014년 기준 유한킴벌리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재 유한킴벌리가 국가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은 상환의무가 없는 국고보조금만 총 200억원에 달한다.

제품에 대한 품질은 아름다운 말로 포장을 하는 대신 가격은 올리고, 공익활동은 나 몰라라에 국부유출까지. 다국적기업들의 공익은 무시한 무조건적 이윤추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유한킴벌리는 미국이 최대 주주로 있는 헝가리 법인의 킴벌리 클라크와 국내기업 유한양행이 각각 70%, 30%를 소유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그동안 매년 한국인들의 호주머니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취하면서 사회적 책임은 나 몰라라 한다며 지탄을 받았다. 유한킴벌리는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비난이 더 필요한가 묻고 싶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